자연속에 묻혀 살며/어쩌다 쓰는일기

14.11.25(화)-추억속의 홍시

청룡산삼필봉 2014. 11. 25. 22:00

 

수돗가의 저 크다란 항아리속엔 무엇이 들었을까요?

 

 

 

 

 

 

 

 

나는 홍시만 보면  어린시절이 생각납니다.

할머니의 손을잡고 마실따라 갈때면

홍시를 주시던 진주아지매집이 제일 좋았습니다.

장독대의 항아리에서 크다란 홍시 하나를 들어내어

딱 반쪽만 갈라 주시고 나머지는 선반위에 올려 두신답니다.

그리고선 두분이서  소곤소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남의 흉도 보시고 칭찬도 하시고 부러워도 하시고.....

이렇게해서 겨울의 오후 한나절이 흘러갑니다.

마당저편 감나무에선 두마리의 까치가

안산의 달집자리  큰소나무에 날아갔다 다시와서 짹짹 거릴때면

청마루 아래의 누렁이가 놀라서 짓어 보지만 까치는 아랑곳 하지 않는듯...

탱자나무 담장넘어 초갓집 추녀끝에서 하얀 저녁밥연기가 피어날때 쯤이면

"아이구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됫네, 저실(겨울)해가 짧긴 짧구나"하시면서 일어나십니다.

그럴때면 그 아지매는 가면서 먹어라고 선반위의 그 홍시반쪽을 내 손에 잡혀 주신답니다.

처음엔 이렇게 맛있는 홍시를 한개 다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삽살개가 지붕위의 닭 쳐다보듯 연신 선반위의 홍시를 쳐다보곤 했었는데

이젠 일어서면 내가 먹을수 있다는걸 알고선

할머니와 아지매의 이야기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어떨땐 빨리 일어날려고 배아프다고 꾀병도 부렸습니다.

그를라치면 그 아지매는 내가 홍시꾀병인줄 아시고선 반쪽의 홍시를 마져 주신답니다.

나는또 홍시가 생각날때면 할머니께 진주아지매집에 놀러가자고 조르고.....

할머니는 "이제 그 홍시 다먹고 없단다, 그래도 갈래?"라고 하시며 웃으시곤 하셧죠.

겨울동안 맛보았던 몇개의 홍시...

지금도 홍시만 보면 옛생각이 나고 그때 그 맛을 잊을수 없기에

이렇게 항아리속에 보관하여 그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이제 내가 할아버지되어 여섯살과 세살의 외손녀도 있으니

이 아이들의 추억은 어떻게 심어줘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