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농사지은 사람들이라면 가을겆이가 무척이나 바쁜 계절이기도 하겠지만
나야뭐 괜시리 마음만 바쁠뿐 그다지 거둬 들일것도 없다.
그래도 심어논것은 거둬야 하겠기에 오늘도 예외없이 다락밭엘 오른다.
올해는 아직 서리가 내리지 않았슴인지 누릇누릇한 호박잎이 아직도 시들지 않았다.
여긴 지대가 높은곳이라 호박과실파리가 극성이라서 한여름철의 호박은 거의 먹지 못하지만
올핸 늦게까지 날씨가 좋아서 늦호박을 많이 따 먹기도 했었다.
누릇한 호박잎 속에서도 이렇게 고운것들이 숨어 있기도 하고
이젠 뭐 더 이상 호박도 기대할수 없어니 끝물훍기를 하였는데
손으로 쓱쓱잘라서 된장국을 끊이면 구수한 그맛을 나는 아주 좋아 한다.
농사를 지어본 중에 그나마도 나를 조금 기쁘게 해 주었던 대학찰 옥수수가 이젠 마른 줄기만 남았다.
한때는 국화재배에 심취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것들은
아무리 좋은 품종이라도 잘 돌보지 않으면 개국화(?)가 되어 버린다.
이것도 좋은 품종인것을 여기에 심었더니만 늘어지고 비틀어져서 볼품은 없지만
그래도 제맘대로 자라서 피어낫으니 이쁘게 봐 줘야지...
향이 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은 방풍나물,
고라니도 나의 식성과 닭았슴인지 새 촉이 나오기가 무섭게 떳어먹어 버린다.
그러다 보니 꽃도 못피워보고 시들어야할 운명이다.
씨앗그림에는 둥글고 이쁜무 였는데 심고보니 이런게 자라고 있다.
뿌리는 볼품없는게 무 청은 얼마나 좋은지원...
하여간 한봉지의 씨앗에서 서너종의 무가 나오는것 같다.
엄연한 메이커의 종자인데 이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올 겨울엔 무 청 시래기국을 원도 없이 먹을것 같아 섬유질 섭취는 끝내주게 생겼다.
일주일에 두번정도 누리는 닭들의 자유시간이다.
귓볼이 하얀 동천홍은 얼마나 순하던지 살며시 안으면 애완견처럼 포근히 안겨져 온다.
잎이 엄청 무성한 야콘.....
해마다 야콘뿌리의 꼬라지는 굼벵이가 파먹고 꼬부라지고 갈라지고 엉망진창 주장판이다.
아무리 유기농에 자연 그대로의 재배라지만 이런것은 누구에게 줄수도 없다.
윗밭의 심사장은 10포기 심어서 세베낭을 짊어지고 내려갔다는데 난 이게 뭐지...
나도 내년부턴 절대로 10포기 이상은 안 심을란다.
울금도 마찬가지 ...
몇포기 심었더라...?
30포기 정도에서 이정도의 수확이니 종자를 사서 심었더라면 종자값도 못했을법하다.
생강은 울금보다 더 보잘것없다.
호미로 긁적긁적 파보니 한옹큼정도 나왔다. 이것은 진짜 종자값을 못했다.
그래도 버릴수는 없어니 다듬어야지뭐...
펼처놓고 크게 보니까 좀 많아 보이누만...그래봐야 두손바닥 안이다.
아무리 취미로 짓는 농사라지만 한두해도 아니고 종자값도 못하는 이런농사,
좀 생각해 봐야 겠다.
일이야뭐 운동삼아 한다지만
여름엔 풀벌래에 시달리고 배는 들어가지않고 더 튀어 나오기만 하고...
봄에 뿌려서 가을에 걷어 들이는 이런것보다
도라지나 더덕등 여러가지 약초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런것을 산에는 심었지 만서도 전부 도선생이 채취해 가벼렸다-
이젠 힘도 달리고 마음 만으로는 안되니
좀 수월한 농법을 개발해볼 필요성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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