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 묻혀 살며/청룡산 도원놀이터

농사, 11년 6월 첫째주(장대비속에 참깨모종, 배아파서 일어난 이야기)

청룡산삼필봉 2011. 7. 4. 13:14

 

토요일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새벽녘엔 조금 수구러 들었다.

그래도 일기예보는 더많이 온다고 하니 우의를 준비하고 나갔다.

 

개꼬리가 보이는 옥수수가 비바람에 힘들어 누워 있기도 하고 

일을 시작 할려니 차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호박넝쿨은 빗속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작데기로 여기저기 휘적거려보니

길죽한것 둥근것 타원으로 생긴것등, 얻어심은 모종이라 제각각 이지만

그래도 서너개는 먹을만큼 자랏기에 바케스속에 호박잎따서 보관했다.

해마다 호박은 실패했었는데 올해는 터도 옮기고 듬뿍넣은 닭거름이 효과를 보나보다.

어쨋던 울 마눌 보면 엄청 좋아라 하겠구먼...

 

오늘의 주된일은 참깨모종이니 일기와 관계없이 오늘 할일은 오늘 해야한다.

모종이식은 비맞고 하는게 깨의 입장에선 더 좋은 것이고 아무리 비가온들 인가죽에 물세랴.

 

풍성깨와 흑임자 모종은 그런대로 잘 이식했다.

나 뿐만 아니고 옆밭의 윤씨영감 부부도 엄청나게 쏟아붇는 비를 맞으며 무언가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팔목깨의  배색비닐 멀칭은 완전히 실패작이다. 이렇게  풀이 많이 돋아날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풀속의 깨모종은  보이지도 않고 눈을 딱고 살펴보면 바늘허리만큼이나 가는것이 도저히 될성싶지가 않다.

 

맨처음 뿌린 팔목깨는 이따금씩 한두포기만 서있을 뿐이니 이식할 여유분의 모종도 없거니와

예비용으로 뿌려논 들깨도 이식하기엔 아직 너무 어리다.

팔목깨를 심은곳은 올해 경작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옥수수나 좀 심으면 어떨런지...

 

비는 우의속의 등짝이 아플만큼 때려붇고....

하필이면 이런때에 아랫배가 싸르르 아파 오다니...

아이구배야..하늘의 뇌성벽력이 내 뱃속으로 옮겨왔나보다.

아침부터 속이 좀 이상하더니만 어젯밤에 마신 한캔의 냉맹주가 이렇게 변할 줄이야...

으이거 정말 뒷간은 윗밭에 있는데...

빗속에 엉뎅이를 까다보니 빤쮸는 홀라당 다 젖어 버렸고,

엉뎅이에 튀는 빗방울이 시원다 못해 차겁게 느껴진다.

 

따발총을 정신없이  갈기고 나니  뒷일이 걱정이다.

어쩌겠노, 부더러운 풀잎뜯어 후처리 하는수밖에...

평소에는 성가시던 칡넝쿨이 지금 이순간 내곁에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ㅎㅎ

 

급한불을 끄고보니 속은 한결 시원해 졌는데 이게 또 무슨 변고지...

아래의 거시기...  앞과 뒤를 잇는 그 부분이 따끔따끔 가려워진다.

맙소사, 이게 또 풀독인거여...

다른부위 다 제켜두고 하필이면 깊고깊은 그곳에...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풀독이다 보니 이젠 병원 않가도 된다.

구급함 뒤져 연고를 듬뿍 발랏다.

찐득찐득 끈끈한게 촉감은 안좋지만 하룻밤 자고나니 웬만큼 사라졌다.

내일은 마누라 꼬셔서 같이 가야겠다.

비가 많이 온다는데 불여우같은 마누라가 내말을 들어줄려는지...

 

일요일 아침에도 비는 계속 내린다.

그냥 집에서 놀자던 마누라에게 같이가서 라면 한개만 끓여주고

낮잠이나 자라며 어렵게 꼬셔서 함께왔다.

 

새로지은 앞닭장에 물이 스며 흐른다.

돌틈 사이에서 스며나는  물이라 그 근원지가 어딘지 알수가 없다.

긴급으로 물길을 튀우고 모이도 급여하며 닭장도 보수했다.

 

오후가 되니 다행히도 장대비가 이슬비로 변했다.

입구밭의 무성한 잡초를 어느정도 정리하고 보니 벌써 오후 다섯시.

이제 남은일은 저녁반주로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