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울 할머니가 혼자서 중얼중얼 하시던 말씀중에
깨꽃이 피면 머슴을 후드카(쫏아) 낸다고 하데요.
봄에 땅갈고 씨뿌리며 한창 바쁜 농사일 하고
한숨돌릴 겨를이면 깨꽃이 피나 봅니다.
깨꽃이 핀다고 농사일이 없는건 아닐 것이고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겠지요.
이때 부터 가을까지 나의 어릴적 기억으로도
우리집 머슴아재가 새벽에 일어나 논뚝풀 한바지게 깍아와 마굿간에 던져주고,
아침먹고나면 밭에나가 적당히 김을 좀 메는듯하다가
식은밥에 찬물말아 생된장에 고추찍어 점심을 먹고나면
시원한 대청마루에 더러누워 삼베적삼 풀어 헤치고
크다란 흰박같은 아랫배와 뱃구멍까지 내어놓고
더러렁 더러렁 오수를 즐기던 머슴아재...
뜨거운 한낮더위가 지날 즈음에 어슴퍼레 눈비비고 일어나
우물터 옆에서 시퍼렇게 날이서도록 참낫 서너자루 갈아 바지게에 담고선
산모퉁이의 억센풀 한아름 베어 거름자리에 올려두면 하루일과는 끝.
그때 그시절엔 비닐멀칭 농사도 아니었지만 잡초풀 제거 하는건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나 봅니다.
이소가 아직 경력이 얗은 어슬픈 농군이지만 한여름날 김메는게 가장 힘든 일인것 같습니다.
더군더나 올처럼 잦은비에는 김메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또 수북히 자라나고...
주변에서 농사 잘짓는 자칭 도사(?)들은 풀약한번 치면 깨끗히 해결될것을
무엇하러 그렇게 땀흘리며 고생을 하냐고 하네요.
그네들의 밭에는 헛골에 풀한포기 없이 깨끗합니다.
심지어 부추밭 가장자리도 제초제로 말끔히.....
비료뿌려 시커멋게 잘자란 부추들,
어떨땐 나 먹으라고 한묶음 베어 주기도 한답니다.
비료로 키우고 제초제 뿌려서 싫다고 할수 있나요 어디
고맙다고 받아 오고선 닭장속에 메달아두면 닭들이 잘 떳어 먹습니다.
뭐 풀약치는 농법이 잘못됫다고는 할수없지만
난 그래도 수북한 풀속에서 뱀나올까 무서운 우리밭이 더 좋아요.
장마가 끝났으도 비가 잦습니다.
골자기에 내려앉는 운무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듯 하네요.
윗닭장과 아랫닭장 사이에서 돋아난 잡초와 환삼덩굴입니다.
긴소매를 입었지만 환삼덩굴에 긁히고... 이제 조금 바닥이 보입니다.
머위밭입니다.
초여름에 말끔히 한번 메면서 어지간하면 잡조를 제압할것 같았는데...
잡초를 메고나니 길다란 머위줄기가 힘이 없어 보이네요.
감자를 캐고난 이랑입니다.
여기에 가을 김장을 심을려고 합니다.
고추밭 가장자리 풀메기 전입니다.
물을 메고 나니 닭들이 지렁이며 해충들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흙목욕도 하고...
봉지를 싸고 잘 키워야는데...
보기는 좋아도 거의다 벌레가 먹었습니다.
주말의 하루가 온통 땀으로 뒤범벅,
그래도 아직 다른쪽엔 잡초가 무성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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