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 묻혀 살며/어쩌다 쓰는일기

생일

청룡산삼필봉 2015. 12. 13. 23:00

생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미역국에 팥밥이다.

아침 밥상에 미역국이 나오는날엔 "오늘 누구 생일이가?" 라고 묻지 않았던가.

 

사실 며칠전에 지나간 내 생일날도 나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아침 밥상에 미역국이 나왔길래 "어? 왠 미역국?" 했더니만

"오늘 당신 생일 이잖아요" 하는게 아닌가...

"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허허~~"

내 생일을 잊고있던 내가  나 자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어떤이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날이라고 아주 중요하게 여기며

꼭 찾아 먹는다는데 나는 그 의미를 좀 달리하며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것에 대해서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기에 

잊어 먹기도 하는것이지 싶다.

 

자녀의 생일은 기억할 생각조차 않으며 마누라의 생일은 아주 유명한 날이라서

생일은 정확이 알고 있지만 양력은 해마다 바뀌기에 그냥 노치고 지나가기 일수였고

설령 알았다 한들 "오늘 당신 생일이네, 축하해~~" 이 말 한마디면 끝이다.

 

나에게만 주어진 날이라고는 하지만 누구나에게 다 있는 날이기에

뭐가 그리 특별할까 싶기고 하고

이렇게 말하면 나를 낳아서 길러주신 부모님을 욕먹이는 말이 될진 몰라도

잠시 왔다갈 험한세상에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수년전에 지나간 회갑도 하지 안았는데 그때 집사람이 회갑은 꼭 해야 된다면서

이래저래 미리 준비를 많이 하는것 같았는데 

졸지에  크나큰 슬픈일이 있었기에

회갑하며 웃고 즐긴다는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아서 모든일정 다 취소하고

평생에 단한번인 회갑도 아무날도 아닌것 처럼 그냥 조용히 보냇었다.

 

"생일없는 소년" 이란 옛날의 유행가가 생각나서 조용히 불러도 보는데

생일을 알지 못할뿐, 없기야 하겠는가,

 

이제 이 나이의 생일은 나를 위한 잔치나 축복이라기보다

낳아서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는 날이어야 될것같다.

 

해마다 생일이 지나면 전화로 "생일상은 차려 먹었나?" 라고 하시던 어머니가

간밤에 전화가 왔는데도 얼마전에 다녀 가시면서

마당에 쌓아둔 무 정리를 했는지 얼지않을까 걱정된다는 말 뿐인걸 보면

아마도 내 생일은 잊어 먹어신듯 하다.

당신께서도 하시는 말씀이 "이젠 돌아서면 잊어먹는다" 이시니

이 해가 지나면 또 얼마나 더 늙어가실지...

 

 

 

 

 

 딸아이가 예약했다는 식당엘 가니 뭐 이렇게 시덥잖은 백숙??

알고보니 꿩백숙 이라는군...

궝 사브사브는 먹어 봣을뿐 백숙은 처음인데 무슨 한약재를 넣었는지

국물이 구수하고 몸에 힘이 솟을것 같은 느낌이 팍팍 던다.

 

 

 

인증샷.

 

 

 

집에오니 또 촛불을 켜네...

"야 야~ 내는 미역국만 항그륵 무거모 되이꺼네 내년 부터는 이렁거 다 필요음꼬 돈을 주라..."

물론 봉투도 하나 받았다.

이렇게 해서 또 내 생일과 함께 올 한해를 넘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