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 묻혀 살며/어쩌다 쓰는일기

코딱지(껌딱지)절골

청룡산삼필봉 2015. 12. 8. 21:00

지난 시월 하순경 어느날

옆화단의 빈닭장 구석에서 몇날동안 어린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다 말고 들리다 말고를 그듭,

그때가 아마 비온후라 땅은 젖어 있었고 초겨울의 엄습추위가 있을 때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소리나는 쪽을 향해보니 어제는 없었던 차고 젖은 화단의 흙위에

새끼고양이 한마리가 오들오들 떨면서 제되로 울지도 못하고 있는게 아니던가.

따듯한 방으로 옮겼으나 발은 얼음장같이 차기만하고...

다음날 어디서 한마리가 또 나타나고 몇시간 후엔 또 닭장아래서 또 한마리가 기어 나왔으니

이틀사이에 새끼고양이가 세마리로 늘어 버렸다.

급히 고양이 분유를 사오고 지극히 돌봣으나 약한 두놈은 가벼렸고 한마리만 남게 되었다.

이놈은 꼬리도 두군데나 구부러져 있고 가장 못생긴 놈이지 싶다.

집사람은 바깥에서 키우던지 말던지 하라지만 날씨는 추워지는데 어찌 그럴수 있나싶어

주방 구석에서 키우는데  외손녀가 너무 좋아기에 마누라도 지는 추세로 돌아섯고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다보니 목욕도 자주 시켜야 하고

예방주사에 무슨약은 왜 그리 비싼지 팔만원 넘게 들었다는군.

그래도 잘 크주면 좋은데 이놈이 어찌나 촐랑거리는 바람에 문틈에 끼어서 다리를 다쳣는데

며칠동안 조금 절다가 그런데로 나아 지는듯 하더니만 어느날 완전히 다리를 딧지도 못하고

들고 다니는게 아닌가...

아무래도 이상타 싶어 동물병원 가보니 절골됫다고...

짐작컨데 처음엔 미세하게 금이 간것을 동물이다 보니 조심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이고

침대에서 뛰어 내리고 얼라들이 잡아 당기고 그러다 보니 완전 부러진 모양이다.

수의사 왈, 뼈가 어긋낫으면 심을 박아야 하기때문에 수술비가 오십만원 이상이지만

다행히 어긋나지 않아서 이삼십만원 사이란다.

안락사 시켜 버릴까...

그래도 그렇지 불치의 병이 든것도 아니고 우리집에서 태어난 생명을...

울며 겨자먹기로 치료를 시켰다는 딸아이의 말...

한두달 사이에 들어간 돈만도 분유에다 사료에다 뜻밖의 치료비에다 사십여만원...

중성화 시키면 또 십여만원 들어갈 것이고...

다리에 부목대고 목에는 바가지를 쒸워도 잘 뛰노니 다행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집은 길고양이가 많이 끌는다.

재작년에도 뒤쳐진 새끼 한마리를 키웟는데 발정기에 가출을 해버렸고

하여간 우리집에서 고양이가 새끼 낳기를 여러번 했었다.

어느 풍수가의 말이 고양이는 영물이라서 터가 좋은집이 아니면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에

그렇다면 우리집이 좋은 터인가보다 하며 위안을 삼고 길고양이의 먹이도 주며 잘 지내고 있다.

아,참...사료 다 떨어졌네, 퍼뜩 주문해야지...

 

 

갓 태어 낫을때 너무 작고 꼬리도 접혀 있고 못생겨서 코딱지라고 이름을 지었지만

지금 보니까 어느 고양이보다 더 잘생긴것 같다.

요즘은 이놈이 내 품에 안겨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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