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 묻혀 살며/어쩌다 쓰는일기

15.01.08(목)-결혼기념일

청룡산삼필봉 2015. 1. 8. 23:30

1980년도 오늘에 장가를 갔으니 꼭 35년이 되는 날인가 보다.

그날도 오늘처럼 엄청 추웟는데 기억하고싶지 않은 사고도 있었으니...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소위 말하는 댕기풀이가 너무 과해서 결혼 이틀전에 교통사고가 있었다.

지금이야뭐 차가 없는 사람이 거의 없기에 자가용이란 단어도 별로 쓰이지 않지만

그 시대에만 해도 현대에서 처음으로 국산차 포니를  만들었고

그 조그마한 포니에도 자가용 기사가 운전하는  시대였기에

젊은내가 포니를 끌고 나가면 운전기사인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그땐 자가용 운전기사도 괜찮은 직업이었지)

 

31세 접어들어 결혼을 하게 되었으니 그때는 이나이가 노총각에 늦은 결혼이었다.

젊은나이에 너무 큰돈을 벌고 만졌기에 무엇하나 아쉬운것도 부러운것도 없었으니

댕기풀이 또한 왁자지글했었고 거나한 술판이 벌어진것이다.

 

지금은 그런술 안먹어봐서 모르겠는데 그땐 요정이라고 하는 고급술집이 있었기에

방의 분위기는 서양영화에서나 나오는 궁전속의 황실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할려나...

술값또한 만만치 않아서 너댓몇이 약 이백만원쯤 들었지 싶은데

그때 잘나가는 운전기사 월급이 12~15만원 정도 였으니...

 

진탕 마시고 놀다보면 분위기상 아가씨와 2차를 가게 되는데

그 이후 부터는 둘만의 자유시간을 가지게 되거늘...

그날도 그냥 그렇게 휩싸였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친구놈들이 결혼전 마지막 외박이라면서 꼬시고 얼러는것을 뒤로한채

내딴엔 결혼앞두고 외박은 아내가 될 사랑하는 신부에게 죄를 짓는것 같은 기분이라서

극구 사양하고   차를 몰게 된 것이다.

 

그땐 대리운전도 없었고 음주운전 가중처벌도 없었기에

적당한 음주운전은 별 문제가 되지도 않았던  시대였다.

깊은 밤인지라 거리는 한산했고 그래도 조심조심 외곽의 커버길을 돌고 있는데

뒤따라 오던 덤프트럭이 앞질러 끼어드는 바람에 길언덕 바위를 드리박게 된것이다.

 

정신없이 한참동안 운전대에 머리를 받고 있던중 정신을 차려보니

뒷좌석의 친구 얼굴에 선혈이 낭자하지 않은가...

차는 망가질대로 망가졌으니 어쩔수 없고 급히 병원으로 옮기고 그러는 사이

어느누가 신고했는지 경찰이 오게되고...

 

그땐 물피만 있어도 사고처리되고 현장검정이다 뭐다 복잡했는데

인사사고까지 있었으니 다친 친구가 아무리 괞찮다고 해도

경찰이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기에 이거 사고처리 하다간 장가도 못갈판이 된것이다.

 

인맥학연 다 동원하다보니 연줄이 닿아 사고처리는 무마했지만

예식 사회볼 친구가 다쳣으니 어떻게 대치해야 할지...

그래도 큰 다행인것은 그친구와 단둘이 탓슴에도 운전석 옆좌석에 앉지않고

뒷자석에 앉게 되었는지...만약 옆좌석에 앉았드라면 ....

 

조상이 도왔슴인지 내 얼굴에도 두어군데 상처가 생겻지만 화장으로 카바했고

무사히 결혼식은 마쳣으나 제주도의 신혼여행계획은 최소하지 않을수 없었다.

(지금이야 뭐 제주도의 신혼여행이 보편화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그리 쉽게 갈수있는 곳이 아니었다

부산가서 배타고 차가져가서  마음대로 돌다 올려고 한것인데...)

 

그래도 안갈순 없으니 가까운 합천해인사로 급선회하고

첫날밤을  맞이하게 되는데 긴장이 풀렸음인지 코피가 펑펑 쏟아지는게 아닌가...

꿈결같은 고운잠에  아침에 일어나니 온 천지가 하얀눈으로 덮혀 있었으니

모든거 다 털어 버리고 새출발 하라는 축복의 멧시지 인것 같았다.

귀한눈의 축복속에 해인사를 관람하고 부처님의 가호속에

새가정을 꾸리게 된것인데 오늘까지 결혼기념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이벤트행사 같은것은 한 적이 없고 어쩌다 외식 한두번 했을려나...

 

오늘도 그냥 그렇게 아무날 아닌듯이 나도 아내에게 결혼기념일이란 말을 하지 않았고

아내역시 나에게 아무말 하지 않았지만 결혼 기념일 이라는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35년동안 살아온 세월에 돈있을땐 속도 많이 썩혔고

세번의 사업실패에 돈없을땐 고생도 많이 시켰는데

지금도 그 고생은 이어지고 있지만 무엇하나 잘해준게 없으니 미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