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 묻혀 살며/청룡산 도원놀이터

적막이 흐르는 도원농장의 겨울밭

청룡산삼필봉 2020. 2. 12. 11:15

참으로 오랫만에 대구의 도원농장엘 가 봅니다.

요즘 남쪽바다 고성농장에 농막공사가 한창이라서 와 볼 시간도 없지만

그래도 닭을 키울땐 일주일에 한번씩은 올라와야 했는데 이젠 닭이 없기도 함이지요.




예년 같았으면 하얀 얼음으로 뒤덮혀 있으야 할 골자기에 맑은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십수년 여기서 놀았지만 이런 겨울은 처음 입니다.




고여있는 웅덩이도 얼음은 커녕 명경같아 보입니다.




할일은 없어도 어실렁어실렁 한바퀴 돌아 봐야죠.




땅이 얼지 않아서 말라있는 고춧대도 뽑아야 하는데 일이 없는게 아니고 하기 싫은 겁니다.




간이농막의 농자재도 사람의 흔적이 한동안 없었기에 어지럽네요.




양지쪽에 지으서 햇볕이 스며드는 닭장입니다.




그러나 텅 빈 닭장엔 닭털만 무수할뿐 적막이 흐릅니다.

고성농장 조성때문에 닭을 처리 했냐구요?

아니아니 아닙니다. 가슴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사연인즉...

28마리의 닭들이 사이좋게 지내며 이제 앍을 낳기 시작한 어린닭도 있었고...

일년 조금 넘어서 알을 잘 낳는 어미닭도 있었지요.

나는 주말마다 와서 "일주일동안 잘 있었냐?" 라며 인사도 하고 사료도 넣어주고 물도 잘 유입되는지 확인하며

알을 수거하면서 "너희들 너무너무 고맙다. 계속 많이 낳아줘..." 라며 고마운 마음도 전하곤 했었지요.

사료가 달막달막해서 주중에 시간내어  10푸대를 구입해서 올라 갔더니만 아 불사...

생각하기도 싫은 참사의 현장이 나타 낫습니다.

그 많은 닭들이 여기저기...목이 끊긴것도 있고...차마 사진을 올리기가 너무 비참해서 못 올렸지만

중간에 칸을질러 두파트로 키웟는데 구멍이 뚥리지 않은 앞쪽 닭장의 닭들도 이구석 저구석에 머리를 쳐박고 죽어 있는것을 보니...

어떤 책에서 였던가...극심한 공포를 느끼면 외부충격이 없어도 죽는다고 하는 말이 뜨오르네요.

옆에서  비명지르며 죽어가는 가족들을 보면서 극심한 공포로 죽은 것이라 생각하니 물려 죽은것 보다 더 가슴이 아립니다.

닭장을 지을때 아랫쪽은 튼튼히 했지만 윗쪽은 일반적인 닭망을 두런게 화근 이었습니다.

봄이면 닭을 키우긴 키워야 하는데... 않키우면 열푸대의 사료는 어찌해야 할지...




흐르는 물소리라도 들을려고 닭장의 물은 그대로 둔것이 그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잘도 흘러 나옵니다.




곰취와 눈개승마를 심은밭도 을시년 스럽고...




살아 있음직한 삼동파도 잎은 다 말랏는데 뿌리는 어떨지...




캐지않은 도라지도 땅속에 그대로 있겠지요.




모든게 멈춰버린듯 고요함만 감도는 겨울밭의 모습들 입니다.





사용하지않은 야외 개수대에는 낙엽이 쌓여있고...그래도 물은 나오나 싶어 꼭지를 돌려보니 좌르르 나옵니다.




밭 한 귀퉁이엔 또 멧돼지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돼지열병인가 뭔가 그것 때문에 많은 구제 되었는데

여긴 도시지역이라 그런지 잡지 않았나 봅니다.

한번 들어오기 시작하면 막을 방법이 없는데 올해 농사는 또 어찌해야 할지...

오랫만에 밭을 둘러본 쓸쓸한 한나절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