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 묻혀 살며/청룡산 도원놀이터

15.04.15~19-손님맞이와 빗속의 하루일과

청룡산삼필봉 2015. 4. 20. 12:30

주말농부가 주말에 일은 하지않고 놀러 다녔으니 일이 많이 밀렸습니다.

모든일은 때가 있는법 씨앗도 계절맞춰 잘 뿌려야 하거늘

눈에 보이는것 몇가지만 뿌렸을뿐 냉장고속엔 아직도 많은 씨앗들이 흙냄새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15일(수)

마음이 급해 밭으로 퇴근 했습니다.

다른것은 꽃진지가 언제인데 이것은 이제야 꽃잎이 날리는군요.

유달리도 이것 하나만 늦게 피고 늦게 지는데 꽃망울도 겹꽃이라 아름다움도 두배지만

어쩌면 이 나무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밭도 비좁거니와 이젠 매실도 흔하고 인기도 없으며

그도 그런것이 산에는 또 몇그루의 매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창 열릴 7년생인데 아깝기는 하네요.

 

 

 

지난주 모임갈때 새벽에 급히 올라와 도라지,하수오,달래,등등 씨앗을 뿌려둔 것인데

나는 어찌된건지 씨앗발아 기술이 없는것 같습니다.

그럴때마다 산새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곤 했었지요.

 

 

 

더디어 마누라의 특명이 떨어졌습니다. 맨날천날 비둘기탓 하지말고 천으로 덮으라고...

젊었을때 같았으면 "니가 좀 해라" 라며 큰소리 쳣을텐데. 이제 늙은몸이 무슨 끗빨 있나요. 하라면 해야죠.

그나져나 이렇게 해도 안되면 어쩌죠.

 

 

 

17일(금)

오늘도 밭으로 퇴근 했습니다.

내일 또 손님이 오는데 결혼식과 겹치다보니 마누라혼자 가야되고

나는 이 약속을 먼져 했기에 여기서 놀아야 되는데 내가 뭐 이런거 할줄 아나요.

마누라가 준비해 놓고 가겠다네요....(미안시러라..)

 

 

 

어둠이 깔렸습니다.

큰솥에는 엄나무와 오골계가 숨어있고 작은솥은 지난번 모임때 큰손 하나로는 좀 부족해서 급히 산것인데

처음 사용하는거라 청솔가지넣고 끓여서 울궈내는 중입니다.

 

 

 

18일(토)

새벽에 일어낫습니다.

큰솥엔 닭죽을 끊이고 작은솥엔 수육을 삶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마솥에서 하는 음식이 더 맛이 있겠지요.(솥값도 꽤 비싸니까...)

 

 

 

수육이 잘 삶겨졋습니다.

보기는 이래뵈도 조금 멀리있는 특별히 잘 아는집에가서 맛있는 부위만 자르다보니 그렇지만 맛은 아주 좋을거라 하네요.

 

 

 

닭죽도 구수한 냄새가 나는걸 보니 맛이 있을것 같습니다.

 

 

 

마누라가 조리하는동안 나는 엄순과 두릅 오가피 산청목잎 등을 뜯었습니다.

 

 

 

손님맞을준비는 완료되었고 마누라가 내려가면서 하는말...

"당신 옛날 여자친구들하고 즐겁게 노세요"라고 하네요.

사실뭐 여자친구만 오는것도 아니고 십수년도 더된 사이버친구들인데

내가 사람을 좋아하다보니 이런저런 친구들이 많습니다.ㅎ

 

***후일담***

애초에는 열댓명 될거라더니만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못오고 서울 부산 여수...

원거리분들은 예정대로 왔는데 좀 일찍와서 도와 주겠다던 대구친구는 모두 불발이었답니다.

음식도 엄청 남아 버렸는데 먼길 가는사람이 가져갈수도 없으니

그래도 두릅은 넉넉히 챙겨 드렸지 싶습니다.

배웅해주고 오는길에 운전석앞 함을 열어보라는 문자가 왔는데

잊고있다 이제야 열어보니 금일봉이 들어 있네요.

이게 뭔가 물어보니 원래 모임하면 조금씩 갹출하는데 멀리서 온 분들께는 면제하기도 하고

지방사람들이 좀 더 내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지방사람이래야 나하고 여자친구 한사람이었으니 

그래서 난 그런거 생각치도 않았는데  도와주지못한 미안함과 성의라면서 여자입장에선 통큰 금액을 놓고 갔네요.

아 이거 팍팍 부담됩니다.

 

남은 음식은 이튼날(일요일)이웃밭 사람 몇몇 불러 아침점심 배불리 먹었고

어제 하지 않았던 술도 한두잔 하니 기분도 좋았습니다.

 

 

 

 

19일(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오네요.

이틀밤을 연이어 밭에서 자보기는 처음입니다.

 

 

 

물안개가 밀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빗방울이 그다지 굵지는 않지만

바깥일 하긴 좀 어려운 날씨입니다.

 

 

 

집사람은 그 잠간의 틈을타서 취나물도 캐고...

 

 

 

땅두릅도 캐네요.

진주 남쪽밭의 머위는 많이 자랏더라만 여긴 이제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정도가 제일 맛있죠.

 

 

 

올해가 3년차인 고사리도 조금씩 올라 오는데 아직까지 자급하긴 좀 부족할것같고

올해도 건고사리 5키로는 사야 될것 같습니다.

 

 

 

 

오륙년된 한그루에서 캔 땅두릅입니다. 많죠?

삼년전에 십만원어치의 뿌리를 사다 심었더니만 지금 한창 여기저기 많이 나오고 있는데도 이거 캘 시간이 없군요.

나무두릅은 많이피면 가시에 찔리고 질겨 지지만 땅두릅은 7월까지도 윗순을 따 먹을수 있습니다.

 

 

 

너무 높이자란 엄나무순은 가시때문에 딸수가 없어서 톱으로 잘랏습니다.

또 이것은 잘 말려 두었다가 닭요리에 사용해야죠.

 

 

지난주 모임때 얻어온 상추,명월초,들깨,어성초 등인데 더 미루면 않될것 같아 비를 맞으면서 이식을 합니다.

 

 

아직 남겨진 빈땅도 있고 이것저것 몇가지를 심어논 밭인데 어제 친구들이 "검정씨앗(뭔지모름)" 이 팻말보고 많이 웃었다는거 아님니까.

새로운 씨앗은 주로 모임가서 얻어오게 되는데 그때는 뭐라고 말을해서 알았지만 나중에 심을려고 보면 이게 뭐더라...

 

 

 

 

감자와 강낭콩을 같은 날짜에 심었는데 감자는 우야다가 한두개 올라왔을뿐 아직은 잠잠한데

강낭콩은 거의다 얼굴을 내민것 같습니다.

 

 

 

여긴 원래 미나리꽝이었는데 비가 많이 오면 돌들이 휩쓸려 들어가서 미나리는 흔적없이 사라지고

잡초만 무성해서 버림받은 땅이었는데 다시 손질해서 어성초를 심습니다.

이거 주신분이 워낙 잘 번져서 차칫 잘못하면 귀찮을수 있으니 터를 잘 택해서 심어라고 하셨는데 여기가 제격인것 같군요.

 

 

하루종일 비는 왔다리 갔다리...그치질 않습니다.

평소같았으면 농막안에서 노래나 부르고 놀았을텐데 일이 많이 밀려서

계속 비맞고 일했습니다. 특히 상추는 고라니와 토끼가 좋아 하기에

울을 보수해야 했고 땅은 버럭버럭 장화속에 빗물이 들어가고

우의입고 일하기엔 너무도 더워서 투터운 겨울작업복 두개를 갈아 입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