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 묻혀 살며/어쩌다 쓰는일기

11.07,10-변득스런 여름날의 하루

청룡산삼필봉 2011. 7. 12. 14:47

7월 10일(일요일)

밤새도록 퍼붇던 장대비가  새벽녘엔 오락가락..

낮엔 여우비 오고 호랑이 장가가는날

햇볕도 잠간 비췃다가 들어가고

날이 차츰 개이는것 같다.

 

모임도 못가고 비상대기도 풀린듯하니

느즈막히 점심먹고  수목원을 찾았다.

 

예전엔 한달에도 한두번은 와보던 곳인데

주말농을 하고부턴 몇년만 이기도 하고

약초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관찰할것도 많고...

 

사진도 서너장 찍을 즈음에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내려 깔리고

숲속은 어두침침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여름 장마비란게 으례히 왔다리 갔다리 하는 터인즉,

아랑곳 하지않고 계속 탐방을 하는데

빗줄기는 굵어지고 그칠줄을 모른다.

 

우산은 쓰나마나고 공들여 빨아서 처음신은 운동화는 물범벅이 되었다.

차라리 고무신 신고 올걸 하면서 마누라도 투덜거린다.

점점 물에빠진 생쥐처럼 변해가는 나의 몰골이 내가봐도 우습다.

 

이를땐 등산복을 입었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간편복의 면옷이었으니 오죽하랴.

그래도 오랫만에...  실로 수십년만에 빗속을 걸어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우산조차 귀하던 소시적 그시절엔 생때비맞는게 뭐 흔하지 않았던가..

 

젊은이 몇사람은 부러진 우산을 팽게치고 오히려 비맞기를 즐기는듯 하다.

없어서 못쓰는 우산과 있어도 안쓰는 우산의 차이를 그대들은 아는가?

예전엔 살대가 부러져도 고쳐 썻것만 이젠 끝의 실밥만 터져도 그냥 버리지...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번 주말은 모든게 꽝이로다.ㅎㅎ

저녁밥도 감자로 때우고...

하지만 밥대신 먹는, 하얗게 분이핀 삶은 감자가 오늘따라 더 맛있게 느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