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기다리며 김장채소 파종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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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일(토)
간밤에 소나기가 한줄기 지나갔는지 아니면 새벽이슬인지는 몰라도 메말랏던 땅이 조금은 촉촉하고 금방이라도 비가 올듯이 하늘은 흐리다.
강낭콩과 감자를 캐어낸 밭은 온통 풀천지로 변해 버렸는데
가을채소 심을려면 이제부터 슬슬 준비를 해야지만 사람도 뜨죽을것 같은 이 날씨에 무엇을 어찌하리...
그래도 오늘은 하늘이 그늘을 만들어 주니 어서 밭을 만들어야 겠다.
두어시간 뽑고나니 온몸은 땀으로 젖었지만 그래도 밭은 말끔해 졌다.
윗밭 올라가는 길목에도 잡초가 길을 막고 있으니 내친김에 여기도...
턱에선 연신 구슬땀이 흘럿지만 역시 땀흘린 댓가는 보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주말은 으례히 그렇듯 오늘도 여기서 하룻밤을 보낼 것이고-그래야 내일 새벽일을 할수 있기에-
어둠속에 핀 하얀 박꽃이 더없이 아름다운 밤이다.
8월 12일(일)
너무나 상쾌한 새벽공기에 먼산의 구름이 오늘도 나에게 어제 다 못한 일들을 할수있게 하려나 보다.
여기는 이웃밭 닭집인데 바로 주차장 옆이라 차에 무엇 가지러 왔다가 눈에 뛴것이 바로 이것,
바깥세상 구경할려고 틈새를 비집고 나오던 실키 한마리가 거물에 걸려 꼼짝도 못하고 있는것이 하도 안스러워
약초괭이를 넣어 당겨 보았지만 도무지 빼 낼수가 없어서 쥔에게 연락하니 곧바로 오겠단다.
열매마가 조금씩 열리고 굵어져 가는것도 있는데 이걸 어느정도 크기에서 따야 하는건지 도무지 알수가 없으니 좀 더 두고 보는수 밖에...
오랫만에 윗모퉁이 곰취밭에 왔더니만 꽃들이 많이 피었다가 이젠 지고 있는것 같다.
이 꽃이 지고나면 씨앗이 많이 맺힐 것이고 여기지거 떨어져서 더 넓게 퍼지겠지...
칠팔년된 오미자가 올해 최고로 많이 열렸다.
이것역시 수확시기를 잘 모르는데 10월쯤에 따면 될려는지...?
우리밭 곳곳에는 이런 벌집들이 숨어 있는데 어쩌다 모르고 건드리면 잘족하고 긴 노란벌에 쏘이기 일수고...
오늘은 그래도 내가 먼져 발견했으니 쏘이진 않았지만 그 아픔의 정도는 양봉보다 강도가 더 쎈것 같다.
구름이 해를 가렸지만 그래도 기온은 점점 올라 가는데 더 뜨거워 지기전에 밭갈이를 해야겠다.
관리기라는 이 조그만 기계를 일년에 두어번 정도만 사용하지만 할때마다 그 고마움을 느낀다.
이 더운날 괭이나 삽으로 땅을 판다면 아무리 취미라지만 이 농사를 어찌 지으리...
밭이 넓다면야 골도 내고 비닐도 쒸우고 그럴수 있는데 작업기를 교체하는게 귀찮기도 해서 괭이로 골을 지우다보니
온몸은 소나기를 맞은듯 흠뻑 젖었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수고로로움이야 감당해야 하는것이고...
며칠후의 태풍소식에 오늘은 구름낀 하루이려니 했더니만 점점 태양은 더 열기를 품어내는 상황이고
더 이상 일한다는 것은 무슨 TV에 나오는 극한직업 촬영현장도 아닐진데 이쯤에서 쉬어야 겠다.
쉬는사이 꽃구경...
나는 오로지 조선오이만 고집하는데 그 맛을 다른오이가 따라올수 없는 것이고
중간쯤-그러니까 6월하순이나 7월초순경 밑거름을 한번 넣으면 가을까지 싱싱한것을 계속 따먹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씨앗용으로 일부러 남겨둔 것이지만 때맞춰 따내지 못해 노각이 된것도 여러개 있다.
고구마는 뿌리보다 줄기용으로 심은 것인데 강낭콩사이에 심었던것이 아마도 거름끼가 부족해서 뽓뽓하게 자라고 있다.
해걸음이라 더위가 한풀 꺽였으니 이것만 해놓고 오늘일을 마무리해야겠다.
가을감자는 씨감자를 할수있다기에 처음 심어보는 것인데
작년감자를 올해감자 캐기전까지 먹다가 싹이난 것을 되면 좋고 않되도 그만이고 그냥 시험삼아 심으보는 것이다.
감자위에 뿌려주는것은 닭장 바닥을 긁어낸 흙이 섞힌 거름인데 아주 오래된 것이라 바로 뿌려줘도 되지싶다.
어디까지 심었는지 표시를 하지 않으면 이중으로 심겨질수 있기에 막데기를 꼽아둔다.
느닷없이 이 산속에서 무슨 생선을...?
지난주 휴가때 바다낚시를 갔다가 조과가 좋았던 것이라 아우가 그사이 두어번 다녀온 모양인데
갈때마다 한쿨러씩 낚았다면서 며칠전엔 전어를 수십마리 가져오더니만
오늘은 또 숭어와 감셍이를 엉청시리 가져 왔길래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정말 수확물이 넘치고 넘친다.
그러니까 수요일에 한번와서 따내고 또 삼사일만에 이정도니 인심팍팍 쓰고도 남아돈다.
이것은 지난주에 만든 태양열온수기...
이 무더위에 무슨 온수냐 하겠지만 직수(계곡물)는 너무 차거워서 몸이 놀라니까...
텃밭의 하루는 서너번의 샤워와 연결되기도 하다.
이제 또 샤워하고 집에 가야지...
여름날의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