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가을걷이와 김장담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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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토)
농로를 포장하면서 거의 직각으로 깍아지른 절개지가 위험하다 싶더니만 다시 축조공사를 하는군요.
흐리고 비가 조금 올거라더니만 그것은 빗나간 예보인것 같고
우리밭은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사람의 마음 이란게 앉으면 눕고 싶다더니만
처음에 황량한 밭에 농막 지을때는 한 귀퉁이에 농기구 보관소를 만들어서 비 안 맞히고 편리하게 잘 사용 했지만
그것도 삽자루 하나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하기가 귀찮아서 중간밭 바로 옆에 또 하나의 농기구 보관소를 만들었습니다.
그래봐야 기존의 장소에서 15메타 이내의 거리인데 말입니다.
고추 울금등 다른 작물들은 아직 시들지 않았는데 가장 추위에 약한것이 아마도 호박인듯 합니다.
올해 정말 많이 따 먹었는데 또 내년을 위하여 미리 거름을 덤뿍 넣어야 겠습니다.
올해는 김장채소를 8월15일 이전에 심었으니 너무 일찍 심은거였고
강낭콩 뽑아낸 자리에다 거름도 주지않고 그냥 심었으니 속도 별로 안차고 누렁잎이 생겨서
오늘 뽑아 김장을 할거 라네요.
나는 그사이에 종자 보존용으로 여섯톨만 심은 울금을 뽑았습니다.
푸르르던 밭은 한나절만에 빈밭이 되었고 또 이렇게 겨울을 나겠지만
윗밭에서 무너져 내린 비스듬한 밭뚝은 줄처진 부분을 절개해서 축조공사를 할것 입니다.
나는 속이 꽉찬 배추보다 푸른잎이 많은 배추를 더 좋아 하기에 볼품없는 배추지만 나에겐 그져 그만이고
이렇게 절려 놓았다가 내일 아침일찍 양념을 버무릴 거라네요.
11월 5일
해가 뜨기전엔 많이 쌀쌀해서 김장할려면 힘들겠다 싶더니만 햇살이 퍼지니 오늘도 날씨는 아주 끝내 줍니다.
아침밥이 채 내려가기도 전에 커피를 마셨고 곧바로 김장작업 들어 갑니다.
"나도 같이 버무려 줄까?" 라고 하니까 걸거적 거린다고 다른일이나 하라네요.
허긴 나도 빈말 한건데 어서 고무장갑 끼라고 하면 어쩔까 싶었지 뭡니까.ㅎ
그렇다고 구경만 하고 놀겠습니까...
지난주 모임에서 멀구알님이 주신건데요.
김치 담그는것보다 훠~얼~씬 어려운 일 했습니다.
내가 놀부 심뽀라서 금은보화는 안 나왔지만 잘읶은 박씨는 엄청 많이 나왔습니다.ㅎ
김이나는 이 솥에는 무엇이 들었을까요?
김장에는 돼지고기 수육 이라는데... 혹시 돼지고기를 삶는 걸까요?
아니 아니 아니올씨다 조금전에 갈랏던 바로 이것입니다.
생전처음 해 보는 거지만 유년시절에 할머니와 어머니가 하시던 모습을 뜨올리며 따라 해 보는 겁니다.
먹을것도 귀했던 그 시대엔 크다란 박을 가마솥에 삶아서 속의 부더러운 부분은 씨앗을 발라내고
초무침을 해서 반찬으로 먺었던...시금털털 별로 맛이 없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시절 그 바가지는 유용한 주방 도구였지만, 한편으론 힘없는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물건이기도 했었지요.
때론 화풀이의 희생물이 되기도 했던것이 지금 이것은 귀한 대접받는 장식품이 될것입니다.
요즘보면 예전에는 없었던말-금수저니 흑수저니 하는 말이 있지요.
그것으로 따진다면 이 보잘것 없는 피숫가락 한개는 분명 흑수저일텐데
박껍질을 벗기고 속을 파내는 이 일을 하는한, (가마솥에 누룽지 까지도...)
금수저보다 더한 다이아 수저인들 이것에 따라올순 없지요.
내겐 이게바로 금수저 인 것입니다.ㅎ
속살을 완전히 긁어내야 좋은 바가지가 되는거고 좁은 꼭지부분은 숟가락 자루로 긁어내면 더없이 잘 됩니다.
깨끗히 씻어서 가을볕에 말리고...
오늘따라 햇볕이 너무 좋으니 얇은 바가지가 투명하게 비칩니다.
내년엔 직접 심어 취침등도 만들어 봐야 겠네요.
어제는 배추를 뽑았고 오늘은 무를 뽑습니다.
우엉은 겨울에도 얼지 않으니 천천히 내년봄에 캐도 되겠지요.
세포기 심은 청양고추도 따서 냉장보관해두면 겨울동안 필요할때 좋은 양념이 될거고...
잎은 아직 푸르지만 시간 있을때 야콘도 캘려고 합니다.
뿌리 자체만 놓고 본다면 고구마와 비슷해서 구분이 어려울것 같은 일명 고구마야콘입니다.
정식명칭은 모라도 라고 하는거 같았어요.
우리집에선 별로 인기가 없어서 몇년동안 심지 않았는데
마파람님께서 신품종으로 좋은 거라며 8포기의 모종을 주셨지 뭡니까..
종전에 심었던것보다 수확량이 더 많은것 같고 색갈도 좋아서 계속해서 심을려고 합니다.
아시겠지만 야콘은 윗부분의 붉은촉을 겨울동안 잘 보관했다가 심는 것인데
다른 야콘에 비해 붉은촉이 현저히 적게 발생을 했기에
대궁만 잘라버리고 잘 보관해야 겠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정도의 시래기는 먹을수 있는 거지만 대충 이렇게 말려서 닭들의 겨울철 특식으로 줄것입니다.
야콘과 울금은 농막에서 일주일정도 말린후 장기보관 들어 갑니다.
바가지도 조금 들 말라서 농막 통로의 천정으로 옮겼는데
그냥 이렇게 두는것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장식품으로서의 효과가 있는듯 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