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지치다 숨구멍에 빠져 죽을뻔한 이바구...
살아 오면서 죽을뻔한 고비를 한두번 안 넘겨본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나는 유년시절 유달리 장난끼가 심했고 호기심과 모험심이 강하다보니
부모님의 애간장을 녹이고 간담을 서들하게 했던 위험천만한 일들도 많았습니다.
일을 저질러고 놓고도 꾸중을 들을까봐 이실직고 못하고 나중에 더 큰 사건이 되기도 했었는데
각설하고...
제목의 이야기를 펼쳐볼까 합니다.
도회지야 뭐 시설좋은 스케이트장도 있었을 거고 다른 놀이도 많았겠지만
나의 유년시절 겨울의 시골은 별로 놀꺼리가 없었기에
방학때면 형아들따라 산에 나무를 하러가서는 조금 긁어뫃은 갈비(소나무낙엽)도
갈구리치기(갈구리를 멀리 던져서 동전의 양면처럼 맞추는 게임)를 해서 다 빼앗겨 버리고
빈지게로 올수 없으니 말라빠진 고춧대라도 조금 꺽어오다보면 놀다 왔다고 어머니께 꾸중을 듣기도 했었고
틈이나면 앉은뱅이 스케이트판을 가지고 연못으로 달려가기 일수 였는데
아무리 꽁꽁 얼었다 치더라도 강이면 강 못이면 못, 숨구멍이 있기 마련이고...
(숨구멍이란?...바닥에서 샘이 솟는 부위로 표시가 잘 나지 않지만 얇게 얼어있어 위험한 곳)
남쪽의 2월말(봄방학 무렵)은 한겨울이 아닌 봄내음이 전해지는 계절이기도 한데
그러니 얼음도 조금씩 녹았다 얼었다 하기에 스케이트를 몇번 지치면 고무얼음이 되는거고
고무얼음을 지치면 몸으로 느껴지는 웨이브와 칭칭칭 하는 그 소리가 정말 환상적이고
스릴이 있는데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그 맛을 모르는 것이지요.
(고무얼음이란?...얼음이 녹으면서 강도가 약해지게 되고 그 위를 스케이트를 타고 놀다보면
금이 가게 되는데 손살같이 지나가면 얼음이 깨어지는 소리가 칭칭칭 나고
얼음판이 너울파도처럼 울렁거리는것을 고무얼음이라고 했슴)
그런데 고무얼음 놀이는 간이 작은 친구들은 아예 범접도 못하지만
감언이설(?)로 꼬시다 안되면 겁쟁이라고 약을 올려서 라도 끄집고 들어와 물에 빠지게도 하고...ㅎㅎ
나같은 악동들은 서로 내기를 하면서 스릴을 즐기게 되는데
나중에는 어느 하나가 고무얼음이 깨어져서 빠지게 되면 게임이 끝이나게 되는데
게임 규칙은?... 스케이트를 쪼구려앉아 타고 가다가 어느 지점이 지나면 서서 가야 되고
고무얼음판을 지나서 도착지점(숨구멍이 있는곳이나 얼음이 얼지 않은곳) 가장 가까이에서 멈춰서게 되면
우승하게 되는것인데 그만큼 더 위험이 따르는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넓은 면적에 얼음이 얼어있지 않는곳은 들 위험 하지만
숨구멍에 빠지면 정망 위험한것은, 달리던 속도가 있어서
숨구멍옆의 얼음 아래로 몸이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상상만 해도...)
내가 초교 5학년올라가던 봄방학때,그때만해도 꽤나 공부를 잘 했기에(거짓말 ㅎ)
아버지가 좋은 송판으로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이쁘게 만들어 주셨는데
그 시절 책가방은 아예 없었지만 책보따리도
광목이냐 옥양목이냐 나이롱이냐에 따라서 친구들의 등급(?)이 매겨 젔는데
나의 이쁜 송판스케이트는 다른 친구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도 남았으니
개학을 며칠앞둔 그날도 오전내내 공부 하다가 따듯해진 오후틈을 타서
자랑도 할겸 집앞의 연못으로 나간 것이다.
형아들은 얼음위의 마른연대(땔감)을 꺽어서 새끼줄로 묶기도 하고
저쪽 넘어에선 소나무 낙엽을 긁어뫃아 다발을 짓기도 하고...
여름에는 멱을 감던, 연이 자라지 않는 곳에선 얼음을 지치며 노는 애들도 있었는데
얼음이 제법 녹아있고 선배형아가 발스케이트로 얼음판을 지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나도 지지 않을세라 가위바위보 로 순위를 정해고 위에서 말한 게임을 하는데
몇번을 통과해도 순위결정이 안되어서 빨리 끝낼 요량으로
내가 욕심을 부리다 얼음이 깨지고 그만 물에 첨벙...
물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데 수문 옆이라 얼마나 깊던지...
같이놀던 형아들과 친구들이 다 모여 들었는데
손을 내밀고 가장자리로 나가면 자꾸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나를 구할려다가 차례차례로 형아들 넷이 더 빠져버린 것이다.
다섯이서 물장구아닌 물장구를 치면서 사투가 시작되는데
형아들은 요령있게 잘 빠져 올라왔고 나혼자만 어푸어푸~~
살려달란 소리도 못지르고 저세상 문틈을 드나들 즈음
아주 머리좋은 나보다 다섯살이 더 많은 선배형아가 나무하던 갈쿠리와
길다란 새끼줄을 돌돌말아 던저 주었기에 그걸잡고 나왓다는거 아닙니까.
그 순간에는 어찌 나왔는지 기억도 없었고 지금 갔았으면 119로 응급실을 직행해야 되는건데
의식도 없는 나를 못뚝넘어 양지쪽에다 눞혀놓고선 뱃속의 물을 뺀다고
어느 형아가 배를 심하게 누르는 바람에 아파서 눈을 떤것이 의식을 회복하게 된거 였지싶네요.
눈을 살작 떳다 다시 감으니 피부를 꼬집기도 하고 이름 부르고...
눈을 억지로 까보고.... (얼어있는 몸보다 눈알멩이가 더 아프더만)
어느 형아가 나를 엎고 우리집엘 갔는데 동네 어른들이 몰여 오셔서는
물에빠져 언몸은 바로 따듯한 방에 두면 죽는다고
헛간에다 덕석을 펼지고선 눕혀놓고 콩을 덮어서 붓기를 뻬야 된다나 뭐라나...
하여간 나는 콩무덤 속에 파묻혀서 얼마를 지낫는지 나의 기침소릴 듣고 어머니가 오셨는데
그때가 아마 한밤중넘어 새벽녘 이었으리라...
지금도 그 형아들의 고마움은 잊지않고 있지만 어느 하늘 아래서 멋진 노신사의 모습으로 살아 가리라...
이것 말고도 여름홍수에 물귀신 될뻔한 이야기도 있는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다 읽어 보신분 몇분이나 계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