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던 수돗물 녹아 봄이오니 호박구덩이 파고...(17.3.4 토)
오늘도 이른아침인 7시 20분에 밭에왔다.
여름이나 일철 같았으면 부지런한 농부들의 일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곤 하는데
아직은 땅이 얼어 있기에 길다란 다락밭들이 조용하기만 하다.
오늘도 역시 선산행 후경작이기에 가장 기본적인 1코스를 시계방향으로 돌려고 한다.
요즘같이 봄이오는 계절은 만물의 소생이 하루가 다르고
일주일 전과는 비교가 않되는 것이기에 지난주 까지만 해도
꼭꼭 다물고 있던 꽃촉이 그사이 화들짝 벌어졌다.
주중엔 봄비가 내려서 우리집 화단에도 봄기운이 돋았것만
여기 산먼당은 비가 아닌 눈이 내려 며칠이 지나도 녹지않고 잔설이 쌓여있다.
몇번 오르다보니 이정표를 눈여겨 보게 되는데
가을쯤에는 비슬산에서 우리밭으로 넘어 올려고 한다.
그 길이 족히13키로쯤 될것같고
청춘시절에는 뛰던 걷던 두시간이면 충분할것같은 이 길이
지금은 몇시간이 걸리던 무리없이 걸을수 있을까 생각되니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을해도
그 숫자를 결코 무시 할수 없는게 우리네 인생인가보다.
기후에 따라서 저아래 어디쯤엔가 있을 우리밭이 잘 보일때도 있고
흐릴때도 있는데 오늘은 좀 더 잘 보이는것 같다.
예전엔 일부러 눈오는날 등산을 하기도 했었는데
가파른 눈길을 내려 갈려니 여간 조심스럽지 않을수 없다.
월광수변공원 저 아래 시가지가 불과 몇십년 전엔 전부 농토였고
저기 저수지에도 낚시를 다녔것만 공원으로 개발된 후론 당연 낚시금지...
그러다보니 짚단만한 잉어때가 저수지를 헤엄치고 있는 것이다.
한바퀴 돌고 농막에 도착하니 겨울내내 들리지 않았던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문을 따고 확인해보니 이렇게 얼었던 물이 퉈여 잘도 흐른다.
저 위의 골자기에서 끌어들인 물을 겨울에는 항상 조금씩 흘려 보내야 얼지가 않는데
절수습관이 몸에 베이다 보니 깜빡하고 꼭지를 잠궈버리는 바람에
주말에만 오는밭이지만 물고생이 많았었다.
겨울에도 완전히 얼어죽지않고 약간의 푸른빛이 살아 있지만
봄을 맞는 금전초가 오늘따라 더 파랗고 이쁘다.
십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한, 밭 한가운데 버티고 있는 이 땅속바위를
사위가 육중한 장비로 처리하고 있다.
뽑아낸 바닥은 폭탄이 터진것 같이 크다란 웅덩이가 생겼고
부숴낸 바위가 이만큼이나 많다.
농직연 모임때 얻어온 보행판을 이렇게 경사지고 미끄러운 땅에 설치하니 완전 안성맞춤이다.
옛날, 어른들의 농사일중에 제일먼저 하는것이
정월 대보름을 즈음하여 호박구덩기 파고 인분 한장군 넣는 것이라던데
나는 지금 구덩이 파고 애쓰 뫃아둿던 인분 한통을 넣고 흙을 덮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