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 묻혀 살며/청룡산 도원놀이터

우리 식구들의 겨울소풍

청룡산삼필봉 2017. 2. 13. 23:00

2월 11일(토)

아침 7시에 밭에와서 산을 한바퀴 돌다보니 지금시각이 아홉시,

가벼운 등산 이었지만 좀처럼 하지않았다 보니 두어시간 남짓의

느린 걸음에도 다리가 뻑적지근 하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겨울철이라 별로 변한것은 없지만

빈밭이라도 한바퀴 돌아 보는게 순서이고

닭장 점검은 필수인 것이다.




30여 마리의 닭들이 산짐승의 피해를 입어

최종적으로 남은것이 세마리인데

탈없이 잘 자라 주니 더 이쁘다.




아이구야 이번주에는 귀한 알을 여섯개나 놧구나.

매주마다 오면 딱 1개만 있고  어떨땐 하나도 없어서

쥐가 물고 간것인지 안 낳은것인지 의심 스러웟는데

아무래도 지금까지 없어진 것들은 쥐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요즘은 AI인가 뭔가 때문에 종란을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우리닭은 프리머 드록 이라는 좀 귀한 종자라서 더더욱 그러니

이거라도 한 이주일 치를 더 뫃아 두었다가 부화를 시켜봐야 겠다.




가축은 사람의 입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태어난 존재 라지만 내가 키운 닭은 잡을수가 없고,

또한 잡아 먹을땐 잡아 먹더라도 기르는 동안엔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잘 길르야 된다는게

나의 생각이라서 사료는 물론 물도 항상 깨끗한 물이 닭장을 흘러가게 했다.

어찌보면 사료보다 물이 더 중요한 것인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번 준 물이 썩어 있어도

없어지지 않는한 갈아 주지 않는것을 보면 좀 안타가운 생각이 들기도 한데

간섭같아서 아무말은 안했으도 좋은 물을 줘야 한다는것을 우회적으로 말하곤 한다.




내일은 또 집에있는 식구들이 밭으로 놀러 오겠다니까

땔감이라도 좀 줏을 요량으로 골자기에 내려오니

얼음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고

이따금씩 곤줄박이가 노래하며 날아간다.




우리밭 바로 아래지만 평소에는 그냥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이렇게 큰 바위위에 고목이 자라고

햇볕이 스며드는 아래가 따듯하게 느껴지니

앞자리를 조금만 다듬어서 양옆에 두개의 촛불켜고

풀어헤친 긴머리에 하얀수염 길러

가부좌틀고 앉아 있으면 영락없는 도사의 모습 이리라...ㅎㅎ




아래에 있는 마른 나무를 토막내어 위로 올렸다.




이제 더 짧게 자르면 되는데 내가 만든 원형톱은 굵은게 안되니

엔진톱도 동원해야 겠다.




쓰기좋게 잘랏으니 이제 또 줏어 담아야지...




일주일에 한번 이니까 이정도면

봄이 올때까지 쓰고도 남을 양이다.





2월 12일(일)

오늘도 아침일찍 왔는데 마음 같아선 어제처럼 산을 한바퀴 돌고 싶지만

괜시리 너무 무리했다가 포기하면 않되는 거니까 오늘은 밭에서만 놀것이다.



이제 시골에는 얼라들이 없고

도회지에 살면서 흙을 밟아보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지...

진작부터 할아버지밭에 오고 싶다는것을

날씨도 춥고 해서 미루고 미루다 오랫만에 올라오니 엄청 좋은가 보다.




"에구 어파질라 조심해서 오느라 이놈들..."

일부러 저 아래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올라 왔으니 숨이 가픈가 보다.






오랫만에 힘좋은 사위와 아들이 같이 왔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공장에 뫃아둔 잡자재를 한차 실고 와서 나르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다고 놀릴수 있나 이런 일이라도 시켜야지...




우리 애건 남의 애건 요즘 아이들(어른들도 마찬가지) 스마트폰 때문에 큰일이다.

어제는 뉴스에 포켓문곤가 뭔가 때문에 그거 잘 잡히는 지역에는

운전하고 가다가도 그것 잡을려고 한복판에 차를 세워놓고 난리친다 더니만

이녀석들도 틈만나면 이르고 있으니 원...




뒷따라 올거라 더니만 집정리한다고 늦게 오는 바람에

점심준비 한다고 좁은 농막이 부산하다.




난로속에서 초벌구이한 것은 이렇게 또 위에서 재벌구이하고...

안속에서 다 구워내면 더 좋은데 모두들 배가 고픈 관계로 변칙이다.




대충 차린상에 막걸리와 소주 맥주는 입맛대로 먹으면 되는거고...




무엇이던 맛없는게 있을 쏘냐, 이 산속에서...




일단 밥은 천천히...  술배부터 채우고...




한순배 돌고나니 여유로운 모습이다.




나도 틈틈이 한잔씩 하고...




입가심으론 군고구마가 제격이지...




아무리 위에있는 온도계 라지만 지금온도 33.5도...

한겨울에 창문을 다 열어 제끼고 온도를 식힌다.




오늘은 특별히 급조식 무드등도 켜 보는데 아늑함이 느껴진다.




술먹고 고기먹고 밥먹고... 먹일거 다 먹였으니 밥값은 시켜야지..




윗부분은 조금 날렸으나 아래는 아직도 큰게 남았다.

사위왈, 다음주 쯤에 큰 천공드릴을 빌려와서 마무리 해 주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