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도 귀한눈이...(17.1.22_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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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토)
내가 사는 시가지에는 눈이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르는데
여기 산중밭은 많지는 않아도 눈내린 흔적이 조금 남아있다.
이정도의 눈이야 뭐 쓸어낼 필요도 없을것 같고
아침햇살이 퍼지면 금방 사라지지 싶다.
겨울의 밭일도 찾아보면 더러 있기 마련이고
지난주에 방송촬영 하면서도 마무리 못한
밭 한가운데 버티고 있는 바윗돌도 뽑아내야 되지만
오늘은 그냥 접어두고 우선 급한 땔감용 나무를 두어지게 져다 나른다.
지게 아랫부분에 있는 저 엄나무는 닭백숙에 많이 넣는 한약재 이기도 하고
시장에서 보니까 아주 조금 묶어놓고 삼천원인가 하던데
그렇게 계산한다면 저게 몇만원어치는 되지 싶지만
우리밭은 한약재로 쓰여질수 있는
이런저런 나무들이 부지기수다 보니 그냥 땔감일 뿐이다.
겨울은 이것저것 잡일이나 하는거고
일철에는 바빠서 못하고 있던 것들을 하게 되는데...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서 화덕을 만들었더니만
불이 잘 안 펴서 아랫부분에 구멍을 뚥어본다.
우리밭엔 두서너군데 고사리밭이 있는데
다른곳은 이미 다 없애서 경작변경하였고
여기만 최종적으로 남겨 두었지만
이밭역시 고사리를 없애고 다른 작물을 심을려고 한다.
우리집의 연간 건고사리 소모량이 600그람 정도 되는데
5년전이었던가 그당시 종근을 십만원어치 사다 심으면서
자급자족이 되지 않겠나 싶었지만 기르고 보니
주말에만 와서는 한꺼번에 올라오는 것들을 때맞춰 딸수도 없고
건고사리값도 그때에 비해 많이 내려서 아무리 취미농이라지만
다른 작물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에 왕버들나무의 큰 가지 하나가 강풍에 부르져서
외곽 울타리를 짓눌러 버렸는데 오늘은 이걸 좀 정리해야 겠다.
큰나무다 보니 토막낸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나무를 뒤적이고 자르다 보면 자연히 새들의 먹이도 나오게 되는법
우리밭의 터줏대감인 곤줄박이도 내 발걸음따라 여기저기 따라 다니며
아름답게 지져귀는 울음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한다.
습한땅에서 잘 자라는 왕버들이니까 버드나무와 비슷한 종이기도 하고
땔감으로 쓰기엔 좀 아까운 생각도 드는지라
그렇다면 느타리를 재배해도 되지 않겠나 싶어서 따로 뫃았다.
비를 맞히는것보다 안맞히는게 더 좋을것 같아서 이렇게 덮어 두었는데
버섯전문가에게 재배법을 물어봐야 겠다.
이것은 오미자 넝쿨인데 왕버들나무가 부르지는 바람에
유인줄이 터저셔 주져 앉았는데 걷어내고 다시 쳐야겠다.
오미자가 한창 많이 열릴 수령이지만 제되로 관리를 못하다 보니 그렇지도 못하고
열려 있는것도 제때에 따지를 못해서 이렇게 마르고 썩어 버린 열매가 되었다.
거물을 걷어내고 넝쿨도 다 잘랐다.
오미자는 몇년마다 한번씩 줄기를 자르고
새 순을 받아서 키워야 열매가 많이 열린다는데
이것은 6년이 지낫지만 이번에 처음 잘랏다.
그것도 넘어지는 바람에 마지 못해서...
저 아래에도 퍼런 거물에 두줄이 더 있는데
일은 하기싫고 잘라야 할지 그대로 둬야할지 고민스럽다.
어느누가 말하기를, 열매만 약효가 있는것이 아니고
줄기도 똑같은 약효가 있으며 술을 담궈도 오미자향이 베어 난다고 하니
시험삼아 조금만 채취했다.
술은 안 담더라도 잘 말려서 차를 끓여 마시면 좋을것 같아서 말려본다.
여기는 농막 뒷켠의 예전에 닭을 키우던 닭장 지붕인데
위장된 나무 부스러기등을 정리하고
조그만 닭장을 지붕위에 올려 볼까 한다.
겨울 하루해가 길지 않아서 대충 치우고나니 어둠이 찾아든다.
1월 22일(일)
어제 다 못한 일이 있어서 아침일찍 올라 갈려고 현관문을 열어보니
생각치도 않은 눈이 제법 내렸다.
여기에 이정도면 생각할 필요없이 산속밭은 더 많이 내렸을텐데
작년에 미끄러운 산길을 겁도 없이 차를 몰고 올랐다가
내려 오면서 아주 혼이난 적이 있었기에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최근에 밭을 사서 재미 붇히고 거의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듯한
이웃밭의 황사장께 카톡을 날렸더니만 눈덮힘 풍경을
동영상까지 찍어서 보내올걸 보니 더 자신이 안생긴다.
눈길을 오르내린 역시 겁도없는 용감한 황사장이다.ㅎ
(나도 젊은날엔 겁이 없었지만...)
어딜가던 가만히 있는 성격이 못되는지라 따듯한 방에서
요상스런 자세로 잠자는 고양이를 보고만 있을 내가 아니다.
이놈이 어젯밤에 외박을 하더니만 만사가 귀찮은지
만져도 눈만뜨고 노려볼뿐 꿈쩍도 않는다.
황금같은 주말을 하루종일 집에 있다는것은 내 사전에도 없는 일인데
오늘은 눈핑게 대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온종일 집안에서 죽쳣다.
그렇다고 티비나 보면서 소일한것은 아니고
짬짬이 색소폰 연습도 했지만 늦은점심에 겻들인 반주가 술기운이 올라서
두어시간 팔자에 없는 오수를 즐기다 보니
정작 자야할 밤에는 잠이 안와서 긴긴밤을 진절머리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