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여름 끝에 찾아온 가을이 더없이 반가운 9월의 첫주말(16.9.4 일)
8월은 참으로 잔인하고도 긴 여름 이었다.
군대 갔다온 남자라면 누구나 다 겪어본 것이지만
제대말년 몇개월이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했던가
그보다 더 힘들고 지루한게 8월 한달이지 싶다.
일기예보는 계속 오보로 가을이 미뤄지고
그것도 최후의 발악인양 버틸데로 버티다가
하룻밤을 깃점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었으니
계절의 숨바꼭질에 술래가 되어 살아 가는 요즘이다.
주중에 잦은비와 바람으로 호박넝쿨 지줏대가
배추밭으로 넘어져 버렸다.
응금처치는 했지만 잘못세운 내 불찰도 있거니와
지줏대는 우째 이리 약한지...
몇포기의 씨앗받이 상추도 고개를 숙이고...
지난주에 쪄서 말렸으면 딱 좋았을 이것은
축축하게 썩었으니 말려도 소용없을듯...
남들은 오이를 순차적으로 두세번더 심는다 더라만
나는 봄에심어 지금까지 잘 따먹고 있었는데
아직 더 열릴것 같던것이 이번비로 갑작스레 녹아 내려 버렸다.
무게에 못이겨 처진걸보니 내가 해 논 지줏대 작업이지만
얼마나 엉성하게 한것인지 짐작이 간다.
아무리 바로 세우고 거름을 준다한들 계절적으로
이미 때는 늦었기에 걷어내고 다른 작물을 심을까 한다.
바로옆의 토마토는 비바람이 그런건지 새가먹다 버렸는지
하나를 줏어 먹어보니 단맞이 좋은데
줏어담는 그것마져 귀찬아 진다.
오이 여덟포기를 걷어낸 땅이니
넓으면 얼마나 넓고 길면 얼마나 길까 싶지만
무엇이던 뿌려주면 내것이고 놀려두면 소요없는거니까
맨맨한 무씨앗을 뿌려본다.
비가 생동을 주기도 하지만 약한것은 도퇴도 시키는 것이라서
누르스럼한 아랫줄기의 잎은 사그러 들었다.
윗부분은 싱싱함을 유지하고 밤호박도 너댓개 열려 있는데
완전히 익을지는 의문스럽다.
해마다 대파모종을 전년도 가을에 뿌린것을 이듬해 봄에 사다 심으니
겨울을 넘기지 못하기에 올해는 윗밭의 심사장이 봄에 뿌린
모종을 얻어 심었는데 겨울을 넘겨도 살아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주에 심었던 쪽파가 일주일 사이에 몇개씩 새싹이 나온다.
우리집의 무화과는 아주 잘 자라고 열매도 많이 열리는데
여기 밭에심은 두그루는 얼어 죽었다가 뿌리만 살아서
새순이 나오곤 하기에 큰다무가 될수 없으니
올해는 이불로 감아 주던지 해서 얼어죽지 않도록 해 봐야겠다.
목말라 허덕이던 설악초도 제법 많은비에 너무 많이 먹었는지
큰놈 하나는 배를 보이고 들어 누웟다.
아삭이고추가 꼭 필요로 하는 여름에는 적게 열리더니만
지금이 더 많이 열리는걸 보면 서너번 쳐 준 칼슘의 효과인듯 하다.
가지도 고추와 같이 칼슘을 치곤 했는데
해당사항이 있는건지 모르지만 꾸준히 열리고 있다.
숫사마귀의 일생을 말로는 들었지만 보는것은 처음인데
목숨받친 사랑인지 종족번식인지 알수는 없으나
자연의 위대함이 경외 스럽다.
등근대마 역시 이리저리 다 쓰러졌는데
내년에는 반드시 A형태의 지줏대를 세워야겠다.
배추는 지지난주에 심어 지난주에 보식을 했는데도
빈구멍이 있어서 오늘까지 세번 심는 셈인데
이젠 씨앗이 없어서 안나와도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이것은 지난주에 심은 무 인데 떡잎이 잘려진것도 있지만
보식은 안해도 될것같다.
올해 처음 심어본 녹두가 생각보다 많이 열려서 좋지만
익은것을 제때에 따지 않으면 다 터져 버린다는데
비가오니 딸수도 없고 다음주에 따러오면
다 터져 버렸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어릴때는우엉잎쌈이 그렇게도 좋더니만
그 기억살려 먹어보니 그맛이 아니라서
그냥 두고 있었는데 나 대신 벌레가 맛있게 먹었나보다.
둬봐야 잎도없는 뿌리가 더 굵어지지도 않을것 같아서
뽑아 내는데 작년에 심었다가 파면서 애를 먹었던
개량종 우엉이나 뿌리가 다소 얗게 내린다는 토종우엉이나
캐 내기는 똑 같이 힘드는데 그기다 이런 큰 돌까지 숨어 있었으니 원..
예감이 적중한건지 오래전에 부르진 곡괭이 자루를
갑자기 갈아넣고 싶다는 생각에 며칠전에 사다가 차에 싣고 다니면서
아까전에 제일먼저 갈아 끼웟는데 요긴하게 잘 썻다.
붉은색 저 자루는 절대로 안 부르진다면서
기존의 3배인 육천원인데 농사짓고 세번째의 바꿈이다.
제되로 씨앗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아까운 마음에서
통에넣어 말릴려고 한다.(아삭이 상추)
이제 날이 가면서 점점 줄어드는 수확물인데
조선오이는 오늘로서 끝이고 가지 고추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