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개후기>이소밭에 벙개치고 보석비가 내리던날..
8월 27일(토)
내일은 또 우리밭에서 치뤄지는 벙갯날이라
귀한 회원님들이 많이 오신다 하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 없다.
낮에는 지난주에 파종했던 김장씨앗 빈구멍 다시 넣고
쪽파도 심어며 이것저것 하루해가 바빳지만
해질녘 지금 부터는 모임준비 들어간다.
요즘이야 어떤 모임에서건 술을 많이 하진 않지만
그래도 충분히 소주도 한박스 사고 맥주며 막걸리며
이것저것 오랫만에 지게를 져 본다.
몸이야 조금 힘들 지라도 손님맞을 마음은 미리부터
즐거우니 무거운 등짐보다 발걸음 가볍다.
음, 내려놓고 준비를 해야지...
어제 까지만 해도 엄청 더운 날씨라서 급히 큰 선풍기를 하나더
구입했는데 오늘밤은 금방 가을이 온것인지 제법 시원하다.
색소폰은 할지말지 모르니 저기 안쪽으로...
금방 내려앉은 어둠에 집사람은 불을 지피고...
나는 또 지난 가족모임에서 안됫던 케이블을 다시 손본다.
믹스를 연결해서 반주기도 실험하고
앰프를 올려보니 소리가 정상으로 잘 나온다.
환한 전깃불아래 찌짐거리 부추를 다듬는 집사람의 모습이
오늘따라 참으로 아름답고 이쁘 보인다.ㅎ
내일 아침엔 바빠서 다 못한다며
오늘밤에 최대한 일을 당겨 놓자고
닭도 장만하고 수육도 삶아 놓는다.
모임을 위해서 지인에게 특별히 부탁한 멧돼지고기인데
큰것은 맛이 좀 들하다기에 딱 좋은 크기에 맛있는 부위를
2주일 전부터 숙성시켜 놓은 것이다.
집사람은 먹고도 남을거라지만 그래도 충분히 장만해야 된다는게
평소 내 생각이라서 정육점 고기를 더 사서 보탰는데
미리 맛보고 한잔 하는것은...?
항상 모임을 치뤄면서 느끼는 것인데
당일에는 이것저것 할일도 많고
여러 사람을 대하다 보면 술을 마셔서도 않되고
마련해 논 음식하나 제되로 먹을 시간도 없기에
미리 반기분 내 보면서 갈빗살 몇점 뜯어보니
소주가 달게 넘어 가는게 맛이 좋은데
우리 회원님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아궁이의 불도 사그러 들었고 정신없이 이것저것 하는데
집사람 왈. 오늘 밤샐거냐고...
맨날처럼 11시 반쯤에 자지뭐 하고선 시계를 보니
한시가 훌쩍 지나버려 오늘이 내일로 넘어서 버렸다.
28일(당일아침)
눈비비고 일어나니 집사람은 안보이고
식탁위 놓인 식재료를 보니 한참전에 일어난 모양이다.
이번에는 용케도 일기예보가 맞아 떨어져
깔려진 구름아래로 비도 제법 내린다.
몹씨도 가뭄끝에 오는 보석같은 비지만
하루만 늦게, 내일부터 오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욕심을 부려 보지만 진작부터 벙개를 했더라면
비를 더 빨리 몰고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미소를 머금어 본다.
아홉시 조금넘어 깨몽님 합류하여
바쁜손을 놀리시니 잔치기분 스스히 나온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이것은 유행가의 한 구절이지만
오늘의 비는 보석같은 비 이기도 하거니와
감나무아래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오히려 낭만 스럽고
아궁이를 품어내는 하얀연기가 옛날 초갓집 연기를 연상케 한다.
난 음식요리 같은것을 할줄 모르니 그져 심부름이나 하고
잡다한 준비는내몫이니까 야전침대를 식탁으로 바꾼다.
우리 농막의 수용 적정인원이 스무명 안팤인데 오늘의 참석인원이
딱 그 범위인것 같고 간이의자도 적당한 간격으로 놓아본다.
11시 반에 모여서 12시쯤이 점심시간 예정 이었는데
비가 오는 관계로 다소 늦어져 한시지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촐촐한 시간이기도 하려니와 무엇보다 오늘 제일 빛난 음식은
작은요정님이 특별히 준비해 오신 약밥인지 무엇인지
하여간 그 좋은 밥을 연잎에 쪄 오셨으니 다들 눈이 휘둥그래...
나도 얼른 빼앗기지 않을세라 반쪽을 게눈 감추듯 했고
일구월심님이 가져오신 생큼한 자두로 입가심하니
완전 구색이 맞았다.
점심 후에도 계속 이어진 너무나 좋은 정감나는 이야기에
준비해둔 노래방기계는 돌려 보지도 못했지만
그게 오히려 나에겐 다행이지 싶다.
왜냐면?? 가벼운 밑천에 두어곡 연주하고나면
가을정모때 또 그 곡을 해야 되는데 그려면 좀
신선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서이다.ㅎ
호미며 괭이등등... 아마도 이 농기구들을 보면서
이런 원시적인 도구를 가지고 석축도 쌓고 농사를 짓고 있으니
이소는 현대의 원시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침부터 내린비는 온종일 더하다 들하다 계속되기에
못오실분 많겠구나 했었는데 다 오셔 주셨슴에 감사 드리고
미끄러운길 마다않고 달려오신 김해팀 다섯분
-찬새미님,다검님,작은요정님,둥이맘님,오기님-
(팀장은 누구 였을까 ㅎㅎ)
문경상주의 물안리님 내외분, 경주의 채희님
일찍 오셔서 내내 수고해 주신 깨몽님
가까스로 시간잡아 오신 김천의 데이님
청도의 홍굴레 카페지기 내외분.
칠곡의 묵향님, 저와 가장 가까이 사시는 마파람님
영주의 일구월심님 내외분께도 무한 감사 드립니다.
특히 일구월심님은 금방이라도 무느질듯한 섶다리를
유심히도 보셨는지 다리놓을 자재를 주시겠다 하시니
염치불구하고 얻어러 갈까 합니다.
비록 못오셧지만 마음 만으로라도 격려해 주신
여러 회원님들께도 깊히 감사 드리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종종 이런모임 갖고 싶은 마음입니다.
고 맙 습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