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하신 장인어른 기제사와 한여름밤의 추억(16.8.14~15)
8월 14일
어제가 오래전에 작고하신 장인어른의 기제사 날이었다
작년엔 사정이 있어서 우리 부부가 참석하지 못했었고
나는 또 그 전에도 이런저런 핑게로 더러 빠지기도 했었는데
평일에는 거리와 시간상 참석하는데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더위 때문이었다.
신체 구조상 유난히도 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선
봄부터 가을까지 시도때도없이 에어콘을 틀고사는 사람이라
에어콘 없는 여름은 상상도 할수 없는데
처갓집에 에어콘이 없는것이 아니고 있긴 있지만
가스가 없어서 무용지물이 되어 있는데
예전에 선풍기도 없던 그 시대에도 여름을 넘겼으니
적응하면 되겠지만 나로선 견뎌내기 어려웟기에
제사참석을 회피한 원인이 되기도 했었다.
올해의 여름은 유난히도 더 더운지라
제삿말이 나올때부터 아내에게 못가겠다고 했더니만
알았다고.. 혼자 다녀 오겠다고...
눈치를 보니 섭섭함이 보였고
이틀전엔, 에어콘가스도 넣어 놧다 카는데요...라고 했지만
그 말에 반신반의...
"안갈끼라 안 카더나"..라고 대답을 했것만
돌아서 생각해보니 집사람은 우리집의 모든일에
싫타는말 한마디없이 다 해 주는데
너무 내욕심에 내생각만 하는거 같다 싶어서
당일 아침 나절에 나중에 나하고 같이가자고 했더니만
필요없다고...나혼자가 가겠다고...
아 이거 너무 미안하네..
아무리 덥기로서니 하룻밤 못넘기랴 싶기도 하고...
정 안되면 차에서 잘 요량으로
마누라의 섭섭한 맘을 풀어 주면서
처갓집 향한길이 즐거웠다.
아... 에어컨은 빵빵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고
농담삼아 큰사위 안온다기에 고쳣다는 장모님 말씀..ㅎ
바깥밤은 진주나 대구나 퍽퍽 찌기는 마찬가지고
장인어른이 타계하신 그해의 여름은 이렇게 덥지 않았었기에
무명상복을 덥쳐 있었어도 더위를 몰랏지 싶다.
제수도 정성껏 진설되었고 고인의 넋을 기리는 밤이었다.
다만 우리집과는 제례법이 좀 다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문에 따라 다른것이니
내가 배놔라 감놔라 할것도 없고
어찌보면 파평윤씨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명문대가인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것이 원칙 아니겠는가...
3일간의 연휴라 내려온김에 얼마남지 않은 추석장을 보면
경제적으로도 덕이 될것 같아서
아침일찍 삼천포 어시장엘 들렀다
마누라와 딸얘가 시장을 보는동안
나는 바깥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어본다.
미리 사 두는것은 선어보다 건조한것이
냉동보관을 한다해도 더 좋고 맛 또한 더 좋아서
항상 건조품을 사며 단골가게도 생겨서
덤으로 다른것도 제법 얻었다.
어릴적엔 단양8경만 있는줄 알았는데
내고향 진주에도 진주8경이 있고
사천또한 사천8경이 있는데
다른곳도 마찬가지 일 테고...
왜 다들 8경으로 맞추는 것인지 궁금한 생각이 든다.
제사 한참 전부터 말이 나온건데
제사후 대구의 우리밭에 모여서 하룻밤
놀자고 내가 제안한것이 실천되었는데
먼저 도착한 장모님과 처제,조카, 집사람이
포즈를 남겼다.
케노피 천막아래 간이침대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지만
광복절이면 약간 수구러 들거라는 더위가
오늘은 하루 전이라서 그런지 엄청시리 덥다.
농막의 에어컨을 풀로 가동시켜도
많은 인원이 들어와 있으니
별 효과도 없지만
묻어나는 즐거움에 더위를 날려 보낸다.
밤에도 더운건 역시나지만 저녁상은 불밝히고 밖에서...
음주가무를 위해 술도 한잔하고...
술먹으니 더 덥다..
장모님이 제일먼저 테이프를 끊어시고...
나는 조금전 오프닝타임에 색소폰 연주 몇곡 했다.
처제의 노래를 처음 들어보는데
아직까지 마누라의 노래를 못들어본 나로선
보나마나 들어나 마나 언니처럼
노래를 무지 못할줄 알았는데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못하는게 없어서
깜짝 놀랐다.(완전 분위기 메이커)
공부를 엄청 잘 했다는 작은처남은 팝송으로...
큰처남의 네식구중 아들은 아직 세파에 물들지않은
중학생이라 관전하는 정도이고 세사람은 재미를 붇혔다.
조카는 올해 고3인데 어찌 이렇게 여유스럽나 했더니만
내신성적으로 가는 수시입학이라서 그렇단다.
어찌 되었던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처갓집은 집사람이 맞딸이라서 내가 제일 큰사위고
하나뿐인 아랫동서가 오늘 사회겸 마이크를 잡았다.
그 머리아픈 수학선생님이란 이미지로 미루워 볼때
음악은 거리가 먼줄 알았더만 의외의 노래실력이다.
나도 한곳 해야지...
핑게 같지만 세월이 갈수록 실력이 저하된다. ㅎ
언제나 듬직한 큰처남은
많아봣자 한두곡 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레파토리도 다양하다.
처남댁의 이런모습...
나로서는 기절초풍, 상상도 못했는데...
노래와 춤이 범상치 않은 실력이다.
독창에다 합창에다 한창 발라드면 발라드...
한창 흥이 무르익고 있다.
또 무언가 신청곡을...
장모님의 노래실력을 익히 알고 있기에
처제가 몇곡의 18번을 넣어서 이어지고 있다.
노래를 의무적으로 두어곡씩 다 했는데
오늘도 굳세게 안한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집사람 이었다.
자건거 타는 시늉의 백댄스도 쉽지않은 일이거늘
그것보다 노래한곡이 더 쉽지 않을까 싶은데
마누라의 노랫소릴 언제 한번 들어볼지...
집에서 집중교육을 시켜 준데도 마다하니
영원히 들어볼수 없을지도...
8월 15일
뜨거운 밤의 열기속에서 아침이 밝았다.
이제 헤어질 채비를 챙겨야는데
농사를 짓는다면서도 줄것이 없으니
보이는데로 단호박 몇덩이를 따 왔다.
처갓집가족들과 이런시간을 가져본게 처음인데
날씨도 더운데다 산속의 골작밭에서
너무 뻘쭘하면 어쩌지 하는 염려도 없지 않았으나
다들 즐거워 하니 나 또한 그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자주는 못하더라도 일년에 한번쯤은 이런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