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추석
9월 25일
내일부터 추석 연휴인데 마누라의 엄명(?)을 받들어 오늘은 퇴근을 밭으로 했다.
모래가 추석이라 내일은 집안청소도 해야하고 추석음식 장만해야 하기에
밭에올 시간이 없는지라 추석에 나물로 쓸 배추를 뽑아 오라는 것이었다.
이왕 온김에 며칠전에 직장동료가 얻어다준 모종 반판을 심지 않을수가 없어서 심어야 겠는데
너무 늦은 지금 시기에 심으로 될려는지...
일단 우엉을 뽑은 자리에 그냥 촘촘히 심었다.
잘 자랄지 아닐지는 배추의 마음이고 일단 심은 것으로 내 임무는 끝난 것이다.
물도 충분히 줫으니...
지금이 7시반인데 주변밭의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가을해 짧다보니
나혼자서 휘황한 달빛 쳐다보며 산길을 내려온다.
9월 26일(추석전날)
늦잠을 좀 잘까 했지만 습관처럼 5시반에 눈이 뜨여서 이브자리를 정리했다.
괜시리 누워서 비비적대다 보면 어슬픈 늦잠들어 나중일을 더 바쁘게 하기 때문이다.
조금 있으면 제수씨와 질부가 음식하러 올것이고
집안청소는 미리 했으나 마당이며 뒷부엌등 이런것은 전부 내몫이라서
하루종일 비지땀을 흘렸다.
낮에 오신 어머니는 아들이 하루종일 바깥에서 일하는것 보시고선
"이제 그만하면 됫다 들어와서 찌지미하고 막걸리나 한잔 하거라" 하신다.
뭐 어쨋던 마당의 풀도 뽑고 깔끔히 정리하고 나니 마음도 후련하다.
9월 27일 (추석날)
총 모셔야 할 차례가 7위 인지라
단계별로 한다면 증조,조,부,제- 네번을 지내야 하는데
이번부터는 7위를 모두 모시고 한꺼번에 지냇다.
이것도 나의 대에서만 이렇게 하고 자식에게 물려 줄때는
현실에 맞게 대폭 줄여야 겠다는 생각이다.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은 없으면서 제사만 배터지게 물려주면 않되지 않는가 말이다.
대구에서 차례를 지내고 부모형제 조카들 모든 가족들은 고향으로 내려간다.
우리가 직적 벌초를 했다면 굳이 내려갈 필요도 없겠지만
벌초를 위탁했기에 성묘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선산가는 길목에는 밤나무가 여기저기 있는데 요즘은 이렇게 떨여져있는 밤을 줏어가는 사람도 없는것같다.
수년전에는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서 몰래 조금 줏어 오기도 했고
또 그쪽에선 우리가 밤을 줏어갈까 싶어서 슬거머니 지켜보곤 하더니만
이젠 수확해 봐야 인건비도 안나오는건지 그사람은 또 시골살이가 싫어서 이사를 간것인지
저쪽 외딴 과수원집은 조용하기만 하더라...
이쁘게 한복입은 외손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추석인것 같다.
왕할머니에겐 절을 크게 하거마는 우째 외할배인 나에게는 절을 안하노..
얼라는 이제 즈거들끼리 놀면 되고...
어른들의 술판은 오손도손 이어진다.
어느집이던 제사음식은 별로 맛이 없는 것이라서 어떤집 며느리는 시어머리가 싸주신 음식을
휴게소 쓰레기통에 넣어 버린다는 말도 있지 안던가...
하여 우리집은 제사음식을 먹을사람 입맛에 맞춰서 조리를 한다.
마늘도 쓰고 평소의 음식과 거의 비슷하게 하기에 서로 가져 갈려고 하며 남아서 버리는 경우는 없다.
추석날 밤은 통상적으로 이렇게 음주가무도 하고 노래방기계도 돌리곤 하는데
오늘은 조카가 가지고온 양주를 바람에 다들 주기가 제법 올랏는데
나의 제의로 밤바다를 구경하기로 했다.
사실 뭐 내가 가고싶어서라기 보다 항상 집에만 계시는 어머니 인지라
자식들이 오면 드라이브를 시켜 드리는데 스치는 차창밖의 풍경을 보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 하시기에 달밤에 체조도 할겸 삼천포로 가려는 것이다.
고향집에서 삼천포까지의 거리는 한시간 이내 이기에 밤바다 구경하러 왔다.
지난 봄에 왔을때는 안보이던 분수가 보인다.
우리처룸 구경나온 사람들도 많고 음악분수는 연신 춤을 춘다.
거리엔 젊음이 넘쳐나고 가로등 불빛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듯...
삼천포대교를 아래에서 보는 야경은 오늘이 첨이지 싶은데
낮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노래자랑도 하누만... 신청자가 많아서 일절만 하라네...
오늘이 슈퍼문 이라는데 평소에 보름달을 눈여겨 보질 않아서
보름달이면 다 저정도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역시 추석은 좋은 계절이라 입맛좋고 밥맛좋고 술맛은 더 좋으니
풍요로운 가을밤의 황금들녘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