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둘째주 이야기
이슬비가 부슬부슬 소리없이 내리는 토요일 아침입니다.
때맞춰 내리는 가을비는 2주전에 심어논 김장밭을 촉촉히 적셔 주겠지요.
오늘은 땅이젖어 밭일은 못할것 같고 그냥 산책삼아 밭입구까지 올라왔다가 내려 갑니다.
무척이나 쾌청한 일요일 아침입니다.
나는 밭에오면 제일먼저 닭장의 물이 잘 흐르고 있나를 확인합니다.
지난주 일요일엔 일마치고 닭장 물벨브를 잠궈놓고 내려가는 바람에
우리 닭들이 4일(목요일까지)동안이나 물한모금 못마시고 있었답니다.
지난 목요일날 아랫밭에 깨찌러 왔을때 그냥 내려 가려다 아무래도 이상한 예감이 들어
윗밭의 닭장을 확인해 보니 그렇지 뭡니까...
아휴..말못하는 짐승이지만 얼마나 고통스러웟을까요.
물벨브를 틀어주니 아예 급수구에 주져앉아서
물을 마시는것이 닭보기에 너무너무 미안했습니다..
왜 벨브를 잠궛냐구요? 그 벨브를 잠구면 다른쪽에서 물이 많이 나오기에
그렇게 사용하는데 다시 열어주는걸 깜빡했었답니다.
나이를 먹으니 그 좋던 기억력은 다 어디로 가고 오지 않아도 될 건망증만 찾아오니 원...
지난봄에 부화시킨 실키입니다.
이제 장닭이 첫울음을 우는걸 보니 사내 구실을 하려나 봅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성계가 되기전엔 암수 구분하기가 헷갈리네요.
무럭무럭 잘 자라는 대파입니다.
그런데 김장할때는 대파를 쓰지 않는다는군요.
마지막으로 북주기를 했습니다.
간간이 필요할때 뽑아 먹으면 될테고 오늘도 서너포기 뽑아 가렵니다.
이제 내년봄까지 여기서 겨울을 맞게 될것이고 봄엔 또 새 순이 돋아나겠지요.
2주전에 심은 김장밭입니다. 파릇파릇 잘 자라고 있네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렇게 벌레구멍이 많습니다.
아예 통째로 잘라 먹은것도 있고 말라죽고 나지않은 빈구멍도 더러 있습니다.
집사람이 빈구멍을 다시 머드리고 있네요.(머드리다=보식하다)
집화단에 심고남은 모종을 여기에 아무렇게나 심었던 사두오이 입니다.
집에는 아직 이렇게 크게 열리지는 않았는데 여긴 벌써 멋지게 또아리를 틀고 있네요.
수국의 어린잎이 이슬차 원료라고 합니다.
작년엔 이쁜 보라빛의 꽃이 피더니만 올해는 잎만 무성하네요.
이게 새로 돋아난 가지에선 꽃이 않피고 작년가지에서 피는데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로 윗가지가 다 얼어 죽었기 때문입니다.
올핸 부직포라도 좀 가려서 월동을 시켜야 겠습니다.
언덕베기에 심어논 참취나물 밭입니다.
하얀꽃이 많이 피는걸 보니 내년봄엔 어린싹들이 많이 돋아나지 싶습니다.
이놈의 넝쿨콩은 잎만 무성 하더니만 가리늦게 꽃이피기 시작하네요.
지금 꽃피워서 언제 열매를 맺으려 하는지...
콩은 너무 비옥한 땅에 심으면 열매가 않열린다더니만 넘치는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이미 고춧대를 뽑아버린 밭도 있던데 우리밭의 고추는 아직도 싱싱합니다.
기본토질이 좋고 매주마다 뿌려준 칼슘의 덕택이기도 하겠지요.
토마토는 처음 열렸을때 몇번 따먹고 이젠 귀찮아서 그냥 이렇게 방치해 버립니다.
이웃집 아줌마와 집사람이 같이오면 따기도 하고... 나는 그냥 따먹거나 말거나 관심 않 씁니다.
밭뚝 여기저기에서 지맘되로 자라고 있는 왕고들뻬기 입니다.
이게 뭐 돼지고기 먹을때도 겻들이고 야채로도 많이들 먹더군요.
벌레에 물렸을땐 하얀 진액을 바르기도 하고...
차즈기 또한 우리밭의 여기저기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게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한다는군요. 어떤 사람은 쌈으로도 먹던데
향이 너무 요상모상해서 나는 비추 입니다.
올봄에 땅두릅을 와장창 사서 심었는데 이게 벌써 꽃이피고 열매를 맺을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놈은 풀을 이겨내니까 잡초가 무성한 밭뚝에 심으면 그만이지 싶네요.
풀밭인지 부추밭인지 분간이 않되는 부추밭입니다.
그래도 잡초속에서 용케 살아있는 부추가 흰꽃을 피웟네요.
영글면 씨앗이나 잘 받아서 새로이 부추밭을 조성할 생각입니다.
농막위로 올려진 다래덩굴에 처음으로 열매가 열렸습니다.
별로 보잘것은 없지만 요즘 이런 열매보기도 쉽지 않지요.
같이 뒤엉켜있는 칡넝쿨만 잘 제거해 주면 내년엔 좀 더 열릴테지요.
농막에서 김장밭으로 내려오는 길인데 잡초에 가려진 돌계단은 보이지도 않네요.
다리가 쉬원찮아 어슬픈 마누라가 넘어질까 두렵네요.
머위를 심은 밭뚝에 머위는 보이지도 않고 차즈기며 잡초만 무성 합니다.
이거 오늘 좀 정리해야 겠습니다.
사실 오늘은 땀 않흘리고 탱자탱자 놀다가려 했는데 또 땀을 흘리게 됩니다.
사실 농사일이란게 해도그만 않해도 그만인게 더러 있지요.
잡초를 메고나니 풀속헤서 연하게 자란 머위가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이건 새로 돋아난 것이라 좀 꺽어 갈려구요.
전업농은 가을이 바쁜계절이지만 나는 가을이 여유로운 계절입니다.
손바닥만한 밭뙈기에서 뭐 별로 그둘것도 없고하니 이렇게 엉뚱한짓도 해 봅니다.
그런데 야외에서와 연습실에서의 연주가 확연히 차이가 나네요.
야외에서의 연습이 아주 중요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