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11월 셋째주 일요일의 이야기(겨울의 문턱에서...)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사실뭐 겨울의 길목이니 이정도는 추워야는데 여태껏 따듯했던 터라
추위가 더 느껴 지는가 봅니다.
그리고 올해의 남은날은 주말마다 스케쥴이 거의다 잡혀져 있기에 무척이나 바쁠것 같습니다.
오늘도 1박2일로 여행다녀와서 피곤하기도 하고 밭에 가기 싫은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늦은 점심먹고 또 산골밭의 닭들에게 내 얼굴 비춰주러 가야 합니다.
이놈들 계란 서너개 뽑아주는것도 오늘같은 날은 귀찮기만 하네요.ㅎㅎ
다른 잎들은 거의 다 떨어졌것만 오미자의 잎사귀는 아직도 남아 있네요.
마지막 잎새처럼 이것도 머지않아 떨어 지겠지요.
아랫쪽 도심에는 아직 얼음이 얼지 않았는데 여긴 땅에 서릿발이 솟히고
고추잎사귀며 잘 되지도 못한 배추도 약간 얼었습니다.
미리 쳐 두었던 닭장의 바람막이가 오늘은 제 구실을 하나 봅니다.
안속에선 닭들이 잘도 노네요.
작황도 시원찮고 품질도 갈라지고 터지고 볼품이 없기에 빈닭장 한켠에
방치해 두었더니만 이것도 서생원이 맛을 봣나 봅니다.
한겨울에 푹 삶아 닭이나 줘야죠 뭐...
여기 산속밭엔 조그만 닭장이 3동 있는데 그중에서 보온하기 어려운 한동을 비우고
이렇게 빈 닭장엔 결명자도 말리고 무 청도 말리지요.
이 결명자는 아마도 내년쯤에야 알겡이를 뽑지 싶습니다. 작년에도 그랬으니까요..
늦게 올라와서 그런지 계란 수거하고 닭사료 주고나니까 산그늘이 지네요.
바람도 세차고 날씨는 더 차겁게 느껴집니다.
효소 담글려고 올려 두었던 설탕과 수거한 계란은 지게등짐지고 해가 더 기울기 전에 내려 가야합니다.
이 좋은 세상에 지게지고 농사하다니...지나가는 산객들이 이거보고 신식지게라고 신기해들 하죠...
신기한 만큼 구하기도 어려웠답니다.ㅎㅎ
이 닭들은 산속밭의 닭장 한동에 있던것을 겨울에만 집으로 가져온 것들입니다.
선택된 이놈들은 비좁지만 그래도 따듯한 겨울을 보낼수 있겠지요.
관상용닭은 숫놈만 남겨놓고 다 가지고 왔습니다.
곱슬자보 이것은 추위를 많이 타기에 특별관리를 하는데
낮엔 같이 잘 놀다가 밤이면 꼭 닭장밖에 나와서 잠을 잘려고 합니다.
내 손에 안기고 싶어서 그런 것일까요... 매일 다시 짚어 넣습니다.
이놈은 곱슬자보 숫놈인데 새벽만 되면 너무 시꺼럽게 울어서
밤엔 항상 여기서 잠을 자야하는 독방신세입니다.
뭐 사람은 주로 밤에 역사를 쓰지만 닭들은 낮에 역사를 쓰니 독방이 따듯하고 더 좋을수도 있겠지요.
아,~ 방금 생각한건데 긴긴밤이 혼자는 너무 외로울것 같고 이왕이면 암놈 한마리도 같이 넣어야겠습니다.
그리고선 이렇게 검은 천으로 빛을 완전히 차단하지요.
그래도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우는데 약간 방음의 효과가 있으니
팩팩서런 길건너짐 영감님의 귀에는 안들리겠지요.
옮겨온 집의 닭들도 환경이 바꼇지만 며칠 지나면 알을 잘 낳습니다.
며칠 뫃으니 이정도 되네요.
특히 겨울철은 산속밭의 닭장관리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고라니며 산돼지 퇴치를 위해 개를 한두마리 기르고 싶어도
겨울나기가 쉽지않아서 못기르고 있습니다.
적어도 내년 춘삼월까진 이렇게 집에서 닭들과 알콩살콩 같이 살아야 합니다.
스무마리의 닭들과 함께 부대끼는 겨울이 길게 느껴질것 같지만
세상살이 어디 편할날 있겠습니까 이렇게 사는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