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23-아버지 생산날맞쳐 사천만 해안선 따라 드라이브
오늘은 아버지의 83회째 맞는 생신날이다.
누이동생을 제외한 우리 형제들이 모두 외지에 있다보니
고향집을 자주 찾기가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물론 짬짬히 자식들이 돌아가며 문안을 드리긴 해도
모두가 함게 모이는 날은 부모님의 생신때와 명절
그리고 유월의 매실따는날 정도이지 싶다.
제일 가까이 사는 누이 내외가 주말마다 들리고 시시때때로
부모님을 보살피고 있음에 장남인 내가 봉양하지 못함이
항상 마음을 무겁게 할 따름이고 누이야 딸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아들인 나보다 더 잘 하는 매제에게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다.
이젠 아버지의 치매가 갈수록 심해져서 우리 아들들이 찾아뵈도
그냥 아는 사람 정도로 기억하실뿐 누가 큰아들인지
누가 둘째인지도 잘 모르시고 딸인지 며느리인지도 모르신다.
계절의 흐름도 잊어셔서 여름과 겨울을 구분하시지도 못하실 뿐더러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경계심을 가지신듯 하다.
사실 어제(토요일)부터 내려가서 준비를 할려고 했었것만
해가지면 우리가 집에 있는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니 아버지께선
밤만되면 우리가 무엇인가 훔쳐갈 사람으로 보이시나 보다.
아무리 치매려니 생각하려 해도 불효자인 나로선 차라리
아침에 내려 가는게 낟겠다 싶어 새벽에 삼천포로 직행해서
먹을거리(생선회) 등을 준비해서 가겠다고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의 생신날엔 하루전부터
명절음식 장만하듯이 부산하곤 했었는데 어머니께서도
그옛날 며느리시절의 힘든것을 아시고선 좀 간소화 시켜 주셧슴으로
집에서 하는 음식은 좀 간단히 하고 생선회와 장어구이등으로
오찬을 즐기는 정도로 줄려 주셨기 때문이다.
6시에 출발해서 사천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지난것같다.
일단 여기서 아침을 때우고 삼천포로 내려가야 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잠시 사천들녘을 바라봣다.
그 때 그 옛날엔 이 들판이 온통 논으로만 되어 있었는데
이젠 군데군데 건물도 들어서고 과수원이며 밭도 보인다.
왼편의 아파트가 서 있는 저기도 그때는 논이었는데 상당부분이 대지로 변했나보다.
역시 아침의 어시장은 생동감이 넘친다.(삼천포 어시장)
사진을 좀 더 많이 찍고 싶었는데 몸뻬입고 열심히 장사하시는 아주머니들에게 미안함이 앞서 이것만 찍었다.
장어와 횟감들을 주문 시켜놓고 잠시 부두로 나왔다. 언제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모든것 준비완료, 이젠 고향집에 가면된다.
조금 늦게 출발한다는 아우에게 연락하니 도착시간이 좀 있을것 같아 해안도로를 따라 구경하면서 갈려고 한다.
오늘은 딸아이 내외와 같이 왔기에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니 차창밖을 내다보며 사진이나 찍으려 한다.
크루즈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걸 보니 아직 아침이라 손님이 없나보다...
저 높은 통로를 통해 어름이 이송되고 타워 아래는 트럭이 정차해서 어름을 받는 시스템이다.
예전엔 여기서 낚시도 제법 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고 멸치 운반선에서 내려논 멸치상자가 수북히 쌓여있다.(대방부두)
어제는 약간 바람도 불고 꽤나 많은 가을비가 내리더니만 아침의 내항은 물결없이 잔잔하기만 하다.
삼천포 대교를 뒤로하고 실안마을 방향으로 진입한다.
저게 이곳에서 유명한 죽방멸치잡이 설치물인가 보다.
물이 빠질때 저기에 갖혀진 멸치를 건져 올린데나 뭐래나...
거물에 걸린 멸치는 비늘이 벗겨 지는데비해 온전히 건져올리니 아주 좋은 상품이 된단다.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실안의 선상카페도 있고 이렇게 멋진 카페가 더러 있다.
저기에 거뭇거뭇 서 있는것은 굴 양식장이시 싶고
오늘의 물때를 정확히는 알수없지만 물이 엄청 많이 빠지는 사리쯤 인듯하다.
실안마을을 조금 지나니 아주 길고 거대한 서포대교가 나온다.
옛날, 이 다리가 없었을땐 서포 사람들이 사천을 나올라치면 배도 타야하고 산넘고 물건너 엄청 둘럿을 것이다.
물위에 둥둥 떠 있어야 할 부교도 갯펄위에 앉아있고
삼천포 해안을 몇번 구경해 봣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물이 많이 빠진것을 본것은 처음이다.
저기 무수한 작은 구멍들은 게구멍이지 싶고 물빠진 거리가 십리도 더 되지싶다.
용현면인가 사남면인가 하여간 그 부근의 어느 갯마을 앞이다.
물이 꽉 차 있으면 낚싯대라도 드려봄직 하련만...
선진리 쪽으로 가까이 오니 저 멀리에 조선소가 보인다.
각 부분부분 배를 만들어 놓은것이 참 신기해 보인다.
이것은 배의 뒷부분인가보다.
선박의 내부는 이렇게 복잡하게 되어있나보다.
하여간 뭐 사천만에선 여기가 수심이 좋은 곳이라는데 그래도 큰 배는 못만들고
부분부분 만들어 거제도에서 완성된 선박을 건조 한다고 한다.
선박공장도 있지만 비행기 만드는 공장도 있어서 저 멀리 비행기구멍인 격납고가 보인다.
고도의 보안이 요구된다는 시설은 그냥 눈으로만 보았고 공단이 조성되면서 뚥린 해안길을 따라서 구경한번 잘했다.
고향집 텃밭뚝에선 단감이 읶어가고...
저기 크다란 공장을 짓고 있는곳은 산기슭을 따라 아담한 시골마을이 있었던 곳인데 이젠 공단으로 조성이 되었다.
토목건설 현장과 가을의 벼논이 참 대조적이다.
추수가 끝나면 저 논도 공장부지로 변모 하겠지...
그래도 길가의 코스모스는 하늘보며 하늘거리고...
철길옆의 아담한 고향집 안에선 어서 오라는 울 엄니의 반가운 음성이 흘러 나온다.
아버지는 창밖의 하늘만 멍하니 바라부실뿐 창넘어 마당으로 들어오는
큰아들의 모습을 보시고도 무관심 하시다가 인사를 드릴라치면
"그래 이제 오느냐? 어디서 오는 길이고?그러시다가
내가 마당한바퀴돌고 다시나타나면 또 하시던 말씀을 반복하신다.
문득 얼토당도 않은 말로 고함을 지르시고 화도 내신다.
약드시고 정기적으로 병원치료 하셔도 갈수록 더해지시니...
치매는 정신적인 병일뿐 육체는 건강하시다.
반면에 어머니는 초롱같은 정신이지만 신체건강이 너무 않좋으시다.
안겪어 본 사람들이야 부모 잘 모시라 하지만
많은것을 생각케 하는 요즘이다.